[한국형 IB가 살길이다] 해외IB 성장사례 보면

"맥쿼리를 벤치마킹 모델로"
후발주자로 틈새시장 집중공략
메릴린치, CMA 개발로 자산관리 특화
골드만삭스, M&A·자문 전담부서 신설


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지난해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으나 여전히 세계적인 선두 투자은행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한국 증권사들의 ‘후진성’을 지적할 때 항상 모범사례로 꼽히는 게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들이다. 그러나 이 IB들도 초창기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는 세계적인 IB였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브로커리지 수익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브로커리지 시장이 ‘레드 오션’으로 바뀌자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세계적인 IB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글로벌 IB는 진화의 산물=지난 1960년대 미국 주식시장은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증권산업도 호황을 맞았다. 미국 증권사들도 손쉬운 수익원인 브로커리지 업무에 치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1975년 수수료율이 전면 자율화되면서 미국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메릴린치는 1977년 최초로 증권계좌ㆍ일반계좌ㆍ직불카드계좌를 통합 관리하는 CMA를 개발, 자산관리 부문 특화로 큰 성공을 거둬 세계적인 IB로 발돋움하게 됐다. 또 골드만삭스는 인수합병(M&A)과 자문 분야를 키우기 위해 1970년대 잠재고객 관리만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이후 장기적인 기업고객과의 관계형성을 기반으로 IB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나게 된다. 모건스탠리도 1972년께 고객의 니즈가 다양화되는 시장상황에 맞춰 채권ㆍM&AㆍLBO 전담부서를 신설한다. 이중 M&A와 LBO 부서는 큰 성공을 거두고 1980년 후반 이들 부서의 이익이 전체 기업 이익의 50~80%를 차지하게 된다. 이석연 증권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증권산업의 변화도 위탁매매업의 한계에서 비롯됐듯이 한국 역시 공격적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내는 증권사들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보다 맥쿼리를 벤치마킹하라=위탁매매업을 통한 수익에 한계를 체감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도 이미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글로벌 IB’를 표방한 지 오래다. 그러나 이미 자산규모ㆍ네트워크 면에서 모방하기 힘든 글로벌 IB들의 비즈니스모델보다는 후발주자지만 틈새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IB들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석정 JP모간코리아 대표는 “한국 증권사들은 골드만삭스를 표방할 게 아니라 맥쿼리의 성공을 곱씹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맥쿼리증권의 경우 1969년 설립된 비교적 신생 IB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해 지난 10년간 자기자본이 약 1,000%, 영업수익이 800%가량 늘어났다. 맥쿼리증권의 성공비결은 ▦틈새시장 공략 ▦선택과 집중 ▦해외진출 시 현지업체와 제휴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 ▦철저한 보상 시스템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맥쿼리가 선택과 집중을 한 틈새시장은 사회간접시설 투자펀드였다.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경쟁 IB들이 등한시했던 분야를 파고든 것이다. 그러나 이머징 국가의 인프라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데다 고수익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흥근 증권연구원 국제조사부 팀장은 “우리나라 증권사가 벤치마킹할 비즈니스모델은 전문화ㆍ특성화된 분야를 찾아 성장한 후발주자들”이라며 “그런 점에서 맥쿼리증권과 같은 성공사례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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