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이 누더기로 전락하면서 내년 국세수입도 당초 정부 계획보다 2,000억원 이상이 줄어들게 됐다. 또 세제개편으로 향후 5년간의 세수증가 효과를 당초 1조9,0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개편으로 세수증가 효과는 1조3,000억원으로 6,000억원이 감소하게 됐다. 결국 재정건전성을 그렇게 강조하던 국회가 재정건전성 회복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걸레가 됐다'는 심한 표현까지 나온 세제개편에 정부의 정책신뢰도는 급격하게 추락했다. 법안을 심사하는 의원들의 종교적 성향과 대기업ㆍ고소득자 등 이익집단의 입김에까지 밀리면서 정부는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정도의 실적(?)만 거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입법 과정에서 국회는 물론이고 관련 단체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아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내년 국세수입만 2,000억원 이상 줄어=내년 세제개편안의 난도질당하며 당장 내년 국세수입이 정부계획보다 2,108억원이 줄었다. 정부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상황이라 세수가 줄어들면서 재정건전성의 악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총국세 세입예산은 187조8,469원이었으나 이번 심의를 거치면서 187조6,361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원래 계획보다 1,894억원이 증액됐지만 감소분이 4,002억원에 달해 2,108억원이 줄어들게 된 셈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향후 5년간 세수증가 효과를 당초 1조9,0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세수증가는 1조3,000억원으로 6,000억원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전환은 건져=정부가 그나마 건진 세제개편은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비과세가 사라진 것. 지난해 4월에 정부가 비과세를 추진했으나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 같은 핫머니 방어차원에서 1년8개월 만에 다시 과세로 전환했다. 다만 시장상황에 따라 필요시 0%까지 인하가 가능하도록 탄력세율 장치를 마련했다. 또 다주택자가 집을 팔 경우 중과세율(2주택자 50%, 3주택자 60%)이 적용되던 것을 기본세율(6~35%)만 납부하도록 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완화는 2012년까지 2년 연장했다. 다자녀 추가공제 혜택도 현재보다 두 배 늘어난다. 뜨거운 감자였던 소득ㆍ법인세 감세철회는 결국 내년에 다시 논의하고 오일머니 조달을 위해 추진한 이슬람채권(수쿠크)에 대한 과세특례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 ◇정부정책 신뢰도 추락=세제개편안이 누더기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사실상 땅에 떨어졌다. 정부가 추진한 개편안이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이익집단의 입김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이 이익집단에 흔들린 점도 있지만 정부 스스로도 근시안적 세제개편으로 국회를 설득하지 못해 화를 자초한 탓도 있다. 국회가 표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보다 더 큰 원칙을 갖고 중장기적인 개편안을 내놓아 국회를 꼼짝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