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東遠) 그룹 김재철(金在哲) 회장은 젊은날 원양어업 선장으로 일하던 때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한국사람의 특성 가운데 하나로 「이익이 생기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 터득했습니다. 원양어업에서 쓰는 인센티브제도를 동원증권에서 적용해 보았더니 우수한 인재(人材)들이 수없이 몰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한창 얘기되는 스톡옵션제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양어업의 인센티브는 보합제(步合制)라고 하는 일종의 「이익나누기」방식입니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월급제가 아닙니다. 어선(漁船)이 잡은 전체의 물고기를 가지고 출어(出漁) 비용을 뺀 나머지 이익금을 회사와 선원들이 정해진 비율대로 나누는 것입니다. 어업회사에서는 철저히 「NO CATCH NO PAY(물고기를 못잡으면 돈도 없다)」입니다.
일본사람들이 한국인을 평할 때 「조선사람들은 평소 꾀를 부려 일을 잘 안하다가도 돈내기로 일을 시키면 일하다 죽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과거에 수산개발공사가 생겼다가 망했습니다. 그때 어업종사자들 사이에「당겨도 백원, 안 당겨도 백원」이란 말이 유행했지요. 수산개발공사는 공기업이었으니까 월급제였습니다. 어부들이 열심히 일을 해도 월급이 백원, 농뗑이를 쳐도 똑같이 백원이니 누가 땀을 흘리겠습니까. 동원산업은 땀흘려 많이 잡으면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방법으로 그들의 기질을 잡았습니다.』
재벌그룹들의 이번 연말인사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된 것이 일종의 「이익나누기」스톡옵션제이다. 현대그룹 정몽헌(鄭夢憲) 회장은 재벌그룹으로서는 처음으로 내년부터 스톡옵션제를 전계열사 임직원들에게 확대해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스톡옵션을 받지 못하는 임직원들을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별도의 성과급 지급을 약속했다.
삼성· LG· SK· 두산 등 주요그룹들도 이미 스톡옵션제 실시를 결정하고 공표시기만을 남기고 있다.
스톡옵션제 확대실시는 지금까지 해오던 연공서열식 인사를 사실상 근본에서 뒤엎는 것이다. 회사가 잘되면 실적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다는 성과지향의 대변혁이다. 그렇지 않아도 재테크·벤처열풍으로 들뜬 사회분위기 속에서 튀어 나가는 유능한 인재들을 붙잡아야 한다고 대기업들이 야단이다. 이와 때를 같이 하는 스톡옵션제 확산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나 결과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우리 재계에서도 이제 10억대, 100억대 몸값바람이 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