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담합구조 혁파돼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용인 동백지구와 죽전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14개 건설업체에 대해 담합으로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높게 매겼다며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내렸다. 해당 업체들은 공정위의 조치에 반발, 소송불사 입장을 밝히고 있어 담합의 진위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양가 공개 시비와 맞물려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당장 입주자들이 건설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시민 단체들은 분양가 공개의 당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의 명확한 반대입장 표명으로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보였던 분양가 공개 문제는 다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해당 업체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토지공사가 공급한 땅값이 비슷하고 지자체 등 인허가 기관에서 분양가 상한선을 제시해 아파트 분양가도 비슷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관련 업체들이 자주 회의를 가졌던 것도 한 곳에서 동시에 분양하는 만큼 인허가 문제, 모델하우스 운영 등 효율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것으로 이는 업계의 관행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분양가 자율화 체제라곤 하지만 분양가구수가 많은 경우 사업승인 기관들이 여러 경로와 방식으로 분양가가 얼마를 넘지않도록 ‘지도’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경향은 부동산값 급등과 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시기에 더욱 두드러졌다. 또 관련 업체들의 회의도 비단 동백ㆍ죽전 만이 아니라 서울지역에서도 동시분양의 경우 거의 어김없이 이뤄지곤 한다. 그러나 해당 회사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이런 저런 회의를 무려 30~40차례 열었고 특히 회의록에 나왔다는 ‘고분양가 때문에 훗날 민원이나 지자체 또는 언론으로부터 고발가능성’ ‘언론 등에 분양가 협의부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 ‘분양가 하한선 논의는 추후진행’등의 내용은 담합의 혐의를 매우 짙게 해주는 대목이다. 담합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시장원리에 반하는 행위다. 건설업계가 분양가 공개를 한사코 반대하면서 내세운 근거도 바로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점이었다. 남에게는 시장원리를 내세우면서 스스로는 이를 유린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담합으로 분양가를 올려 입주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해당 업체들은 당연히 소비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를 보상해야 할 것이다. 담합행위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관련당국의 단속강화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주택건설업체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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