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정보기술(IT) 커뮤니티 사이트가 ‘5공화국’으로 호된 몸살을 앓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 씨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가 IT 사이트 케이벤치(www.keben.net)를 인수하자 이 사이트 회원들이 줄지어 탈퇴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케이벤치는 회원수가 80만여명에 달하는 컴퓨터ㆍ디지털 분야의 선두권 사이트다. 시공사의 인수 사실이 발표된 지난 12일 하루에만 200여명의 회원이 이탈했으며, 게시판에는 탈퇴 의사를 밝히는 회원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회원은 “케이벤치는 인터넷상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친한 친구가 불의를 행하는 자와 손잡았다는 기분이 든다”는 탈퇴의 변을 밝혔다. 또 다른 회원은 전(全) 전 대통령의 재산이 29만원뿐이라는 주장을 꼬집어 “29만원으로 운영되는 사이트에 단 1원이라도 보태주기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원들의 탈퇴 움직임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한 회원은 “경영난으로 기업의 주인이 바뀌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며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잘못이 없다”며 “떠나려면 조용히 떠나라”고 지적했다. 케이벤치의 한 관계자는 “회원 이탈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지만 실제 탈퇴한 사람은 전체 회원수에 비해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직원들은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 뿐 정치적 의미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출판 업체인 시공사는 컴퓨터ㆍ디지털 정보에 강점을 지닌 케이벤치를 인수해 온ㆍ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