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셋값에 매매로 전환… 학군수요 겹쳐 대기자 줄 서

두달새 6000만원… 판교 아파트값 급등 왜
동판교 전세가격 1억 치솟아… 테크노밸리 직장인 집 구입 늘어
복합단지 알파돔시티 개발완료 땐 후광효과로 더 오를 가능성 커

판교신도시 집값 상승의 주요인 중 하나인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에 나서는 한편 학군수요가 겹치면서 최근 석 달 새 판교테크노밸리가 가까운 동판교 일부 아파트 값이 5,000만~6,000만원 올랐다. /서울경제DB


판교테크노밸리에 회사가 있는 정모씨는 최근 동판교 봇들마을에서 전세를 살다가 최근 같은 단지 아파트를 매입했다. 전세로 살면서 주거환경이 괜찮다고 느껴 집을 살까 고민하던 중에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가가 1억원 높게 올랐기 때문이다. 잠실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며칠 전 동판교 백현마을 1단지의 중개사무소를 찾아 자녀들이 인근 보평초등학교에 배정 받을 수 있는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의 매물을 수소문하고 있다. 104㎡(이하 전용면적 기준)는 모두 11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를 들은 이씨는 "10억5,000만원에라도 매물이 나오면 꼭 연락을 달라"고 당부한 뒤 중개업소를 떠났다.

판교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신도시 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동판교 일부 아파트는 가격상승 폭이 5,000만~6,000만원에 달해 웬만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를 훨씬 웃도는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5억9,000만원에 거래됐던 판교 봇들1단지 '풍성신미주' 85㎡가 최근 6,000만원 오른 6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10억500만원에서 거래된 백현1단지 푸르지오그랑블 104㎡ 역시 올 들어 5,500만원 오른 10억6,000만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위례와 함께 가장 뛰어난 입지를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 판교신도시 아파트 값이 올 들어 이처럼 급등하는 것은 가파른 전셋값 상승에 부담을 느낀 판교테크노밸리 일대 직장인들이 매매로 전환하고 있는데다 학군수요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일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동판교 일대 전세가격은 거침없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와 인접한 봇들4단지 84㎡의 전세는 4억8,000만~4억9,000만원선이다. 이는 6개월 전과 비교하면 1억원 이상 뛴 가격이다. 이 아파트 매매가가 6억5,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금에 1억6,000만원만 보태면 구입이 가능한 셈이다.

동판교 값이 치솟으면서 서판교 아파트 중 테크노밸리로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판교원마을 11·12·13단지로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 지역 S공인의 한 관계자는 "급매물은 모두 소진된 상태"라며 "현재도 가격만 맞으면 구입하겠다는 매수 대기자가 많다"고 전했다. 테크노밸리에는 이주가 완료되는 내년 하반기 총 5만여명이 근무하게 되며 현재는 70%가량이 이주를 마친 상태다.

학군수요 역시 판교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009년 개교와 함께 혁신학교로 지정된 보평초교가 주변 백현1·2단지, 봇들7· 8·9단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분위기다. 인근 분당신도시는 물론 잠실 등 강남권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백현1단지 푸르지오그랑블 104㎡는 현재 호가가 11억~11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단기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이 일대 중개업소들의 판단이다. 업무·쇼핑시설과 주상복합 '알파리움' 등으로 구성되는 복합단지 '알파돔시티'의 개발이 완료되면 후광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오는 6월부터 전매가 가능한 '알파리움' 124㎡의 분양권에는 현재 8,000만~1억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맹대영 판교역레아공인 대표는 "알파리움이 완공되면 해당 아파트 값은 물론 주변 단지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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