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차리기] '홍동백서'순 과일 배치… 김치는 나박김치 써야

둘째줄엔 전·떡… 셋째줄엔 탕류
나물은 보통 무·고사리·도라지順
굴비는 두툼하고 짧은 게 국내산
배는 황갈색에 꼭지 없어야 맛 좋아


지난 15일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열린 추석차례상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차례상 차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농협유통



만물이 풍성해지는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찾아왔다. 매년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 조상을 기리며 차례상을 준비하는 것은 한민족의 오랜 풍습이자 전통이다. 하지만 차례상 차림은 젊은 세대일수록 제례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자칫하면 실수하기 쉽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이나 지역적 특성, 고인의 취향 등을 고려해 개성 있는 차례상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예법에 맞는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복잡한 것처럼 보이는 차례상 차림이지만 한번 제대로 알아두면 해마다 잊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 돌아가신 조상을 모신 신위는 북쪽을 향해 두고 절을 하는 자리를 남쪽으로 해야 한다. 또 차례상은 신위를 바라본 위치에서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하자.

위패를 대신하는 지방의 경우 집안 풍습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제사를 지낼 때 부모 한쪽이 생존해 있을 경우는 단독으로 지내니 지방에도 한 분만 쓴다. 두 분 다 돌아가셨을 때는 같이 지내므로 지방에 부모를 같이 쓴다. 이때 오른쪽에 어머니의 신위를 쓰고 왼쪽에 아버지의 신위를 쓴다.

그 다음이 세부적인 상차림인데 복잡한 것처럼 보여도 기본적인 원칙만 지키면 생각보다 쉽다. 열대과일이 사과와 배를 대신하고 피자나 햄버거까지 차례상에 오르는 시대라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가정에서는 예부터 내려오는 5가지 원칙을 기억하고 여기에 맞춰 상을 준비한다. 첫 번째는 '홍동백서(紅東白西)'다. 전통 차례상 준비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도 한번 쯤 들어봤을 이 말은 붉은 과일은 상의 동쪽에 놓고 흰 과일은 서쪽에 배치한다는 의미다.

다음은 '좌포우혜(左胞右醯)'로 우측에는 식혜를, 좌측에는 포를 놓는다. 생선은 오른쪽(동쪽)에 육류는 왼쪽에(서쪽) 둬야 한다는 원칙인 '어동육서(魚東肉西)'도 많은 곳에서 지키고 있는 차례상 차림 원칙이다. '조율이시(棗栗梨枾)'는 상의 좌측부터 대추(조), 밤(율), 배(이), 곶감(시)의 순서로 올리고 그 다음 호두나 넝쿨과일을 쓰며 제일 오른쪽에 약과나 다식, 산자 등을 놓는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동두서미(東頭西尾)'는 상에 오르는 생선의 머리는 동쪽으로 놓고 꼬리를 서쪽으로 향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차례상에는 여러 음식이 한번에 올라가기 때문에 줄을 맞춰 진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신위에서 가장 가까운 첫째 줄에는 수저와 잔, 국과 밥 등을 놓는다. 상을 차리는 사람이 봤을 때 밥과 술이 왼쪽이고 국은 오른쪽으로 기억하면 쉽다. 둘째 줄에는 서쪽에서부터 국수와 기름을 사용한 전, 육적, 어적, 떡 등을 놓는다.

셋째 줄엔 육류로 만든 육탕, 두부나 채소류로 만든 소탕, 어탕 등 탕류를 놓는다. 탕은 일반적으로 1, 3, 5개의 홀수로 맞춰 준비한다. 탕 종류를 다섯 개까지 늘리는 경우 봉탕(닭), 잡탕을 더한다. 네번째 줄은 포와 나물, 마지막 다섯번째 줄에는 과일을 두는 게 원칙이다. 나물의 경우 왼쪽에는 김치를 오른쪽에는 익힌 나물을 놓는다.

김치의 경우 나박김치만 쓰며 나물은 대개 콩나물, 숙주나물, 무나물, 고사리, 도라지 순으로 놓는데 집안에 따라 이 중에 3가지만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과일을 놓을 때는 항상 홀수를 맞춰야 한다. 제기에 올리는 과일은 위 아래 부분을 살짝 깎는다.

올해는 여름 무더위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한가위가 찾아온 탓에 차례상에 올라갈 제수용품을 고르기가 예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그 중에서도 생선은 갑작스런 더위에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구입할 때 주의를 세심하게 기울여야 한다. 눈알이 맑고 선명하며 바깥으로 볼록 튀어나와있는 생선이 좋다. 또 배를 눌렀을 때 팽팽하고 탄력이 있는 것이 신선한 제품이다. 아가미도 선명한 선홍색을 띄고 있어야 하며 물기가 많이 묻어나오는 것은 냉동을 했던 상품을 녹인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차례상에 자주 오르는 굴비는 비늘이 고르게 촘촘히 박혀 있고 배 부분이 노란빛을 띄는 것이 좋다. 대체로 몸 전체가 붉은색이면서 몸통이 두툼하고 길이가 짧은 것이 국내산이다. 반면 비닐이 거칠고 몸에 광택이 유난히 많은 편이라면 수입산일 가능성이 높다. 눈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면 산지 수협 등 믿을 수 있는 판매처에서 구입하는 것이 원산지 문제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요령이다.

소고기는 절단면의 색이 밝고 윤기가 나면 안심하고 구입해도 된다. 국산의 경우 덩어리 형태도 다양하고 등심은 자른 면에 떡심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외국산은 타원형에 떡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소갈비는 지방이 흰색이고 덩어리 형태로 팔리면 국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배는 맑고 선명한 황갈색에 윤기가 나야 품질이 좋으며 배 특유의 점 무늬 크기가 크고 꼭지 부분이 없어야 맛이 좋다. 사과는 껍질에 탄력이 느껴지고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을 골라야 한다. 전면에 골고루 붉은 빛을 띠고 냄새를 맡았을 때 향긋한 것이 좋은 품질의 사과다. 햇단감은 크기가 클수록 좋다. 다만 표면에 굴곡이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밤은 알이 굵고 윤기가 나며 껍질이 깨끗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 차례상 차리기, 이것만은 기억하자

-털이 많은 과일(복숭아 등)은 귀신을 쫓아내기

때문에 올리지 않는다

-꽁치, 갈치, 삼치 등 '치'로 이름이 끝나는 생선은 올리지 않는다

-잉어, 붕어 등 두꺼운 비늘을 가진 생선은 올리지 않는다.

-붉은색 양념(고춧가루)과 향이 강한 양념(마늘)은 쓰지 않는다

-짜거나 맵게 양념하지 않고 간은 간장 대신 소금으로 맞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