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돈 빌려 부동산투자 늘었다

"이자비용보다 운용수익 높아"
2분기 임대사업자 등 대출액
증가폭 2배 넘어 6년래 최고
제조업 대출 증가세는 둔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및 임대사업자의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분기 부동산 및 임대사업자들이 예금취급기관에서 받은 대출액이 6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금조달 비용이 저렴해지자 돈을 빌려 수익형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현상이 활발하다는 뜻으로 8월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이 같은 기조는 심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금 잔액은 120조5,0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5조3,000억원이 늘어났다. 증가폭은 1·4분기 2조3,000억원의 2배가 넘는 것으로 2008년 2·4분기 이후 6년래 최대다. 대출 잔액 역시 2008년 통계가 개편된 이래 1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금 잔액은 2012년 100조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기준금리가 내려간 2013년 2·4분기를 기점으로 빠르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2013년 3·4분기에는 111조원을 기록했으며 불과 3분기 만에 120조원을 돌파했다.

최정태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달금리보다 운용수익이 높아지게 되자 부동산 및 임대업체들이 대출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돈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보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 부동산 임대수익 등을 통해 얻는 이득이 크게 되자 대출이 크게 불어났다는 뜻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제조업·건설업 등에 돈을 빌려주는 것과 달리 부동산 대출은 비교적 안정적인 담보를 확보할 수 있어서 대출을 쉽게 집행했다.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인하하면서 부동산 및 임대업체들의 대출액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이 확대된 데 힘입어 예금취급기관의 서비스업 대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6월 말 현재 서비스업 대출 잔액은 463조9,0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0조6,000억원 불어났다. 증가폭은 2011년 1·4분기(11조원) 이후 3년 3개월래 최대다.

서비스업 대출은 크게 늘었지만 제조업 대출 증가세는 둔화됐다. 6월 말 현재 제조업 대출 잔액은 300조5,000억원으로 3월 말에 비해 5조9,000억원 늘어났다. 1·4분기에는 8조4,000억원이 불어난 바 있다. 제조업 특성상 주식이나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업황도 둔화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 대출 잔액은 오히려 줄었다. 6월 말 현재 건설업 대출 잔액은 43조원으로 1조원이 감소했다. 일부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인 탓이다. 이로써 6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 잔액은 860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6조5,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1·4분기(16조6,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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