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마련한 외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외환관리의 강화를 핵심내용으로 담고 있다.물론 자유화 추세에 걸맞게 불필요한 규제가 사라진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 차단을 위한 감독기관간 구획정리와 건전성 규제강화가 이번에 나온 개정안의 골자다.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 차단= 이번 개정안에서 금융감독위원회에 힘이 실리게 된 것은 위기재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감독기관간 애매모호한 업무분장과 감독권 부재로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치 못했다는 자기 반성이 시행령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현행 외국환은행에 대한 감독기관은 재경부와 한은, 은감원. 그러나 3개 기관에서 중첩관리하면서도 외환위기를 전후해 외국환은행에 대한 감독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은행들이 외환을 어떻게 조달해 어떻해 사용하는지는 누구도 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았었다.
결국 은행과 종금사들은 경쟁적으로 단기자금을 끌어다 동남아, 러시아, 동구권, 중남미 시장에 장기로 빌려줘 이중으로 손해를 입게 됐다. 외화자금이 안에서부터 고갈되고 있었는데도 감독소홀로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던 것.
아직도 재경부와 한은은 이에 대한 책임을 서로 전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제도적 장치는 만들었다. 금감위로 하여금 효율적 외화관리 역할을 맡긴 것이다.
◇건전성규제 강화= 금감위의 역할은 한마디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가령 돈을 빌릴 때 만기구조가 단기인 해외차입은 제한받는다. 금리가 지나치게 높아도 규제대상이다.
특히 운용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해지지 국가별 위험도에 따른 투자 규모와 기간, 투자종류(대출 또는 유가증권 투자) 등도 규제된다. 예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위험도가 높은 국가로 분류되는 나라에 대한 투자는 원칙적으로 봉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다 세부적인 투자규제 기준은 작업반이 가동중인 시행규칙과 금감위 내부규정에 따라 마련될 전망이다.
◇외국환취급기관 제한=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지만 막상 새로 지정될 금융기관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등록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우선 은행이라면 금감위가 설정하는 BIS비율을 충족해야 한다. 은행중에서 추가로 늘어날 외국환은행은 별로 없다.
다른 금융기관들도 각종 시행규칙 등에 명시된 최저 자본금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번 시행령은 규정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외국환업무 영위에 필요한 최저자본금 요건을 신설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해놓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에 설치될 예정인 외환정보집중기관에 자료를 중계·집중·교환할 수 있는 전산망을 구비해야 한다. 웬만한 전산인프라가 없는 한 신규지정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덩치가 상대적으로 큰 보험권도 전산시스템에 의해 일일자료 보고·집계시스템을 갖춘 곳은 2~3개사 뿐이다. 여기에 외국환업무 2년 이상 경력자를 영업소별로 2명이상 확보해야 한다.
◇외환수급 안정대책= 한계지준제와 가변예치제같은 강력한 외환수급 통제장치를 발동한 근거도 마련됐다. 한계지준제(MARGINAL RESERVE REQUIREMENT)란 일정한도를 초과하는 비거주자의 예금을 지준으로 흡수하는 것. 칠레(92.5), 말레이지아(94.2)등이 도입·운영중이다. 한계지준제의 대상과 범위, 준비금률, 준비금의 대상통화·시기 및 최저한도는 시행규칙에 명시될 예정이다.
외화가변예치제(VDR)는 국내외 금리차 등을 노린 투기성 해외자본과 기업 차입금이 급증할 경우 유입액의 일정금액을 의무적으로 예치토록 하는 것. 예치 비율은 국제수지, 통화, 환율동향 등을 고려해 정하기로 했다. 예치기간은 해당 자본거래기간 이내이며 예치기관은 한국은행과 외국환평형기금, 외국환업무 취급기관 등으로 하기로 했다. 대상자금은 무이자로 예치된다.【권홍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