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NH오일 주유소를 단계적으로 1,300개까지 늘려 석유제품 시장의 과점체제를 깨고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키기로 했다. NH오일 주유소가 확대되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60원가량 할인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영학(사진) 지식경제부 2차관은 2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석유제품 시장의 경쟁을 확대하기 위해 농협이 운영하는 NH오일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411곳의 농협 직영 주유소는 물론 농협 소유가 아닌 도시지역의 민간 주유소 900여곳도 NH오일의 폴사인을 쓰도록 해 전국 주유소의 10%가량이 이 회사 폴사인을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현재 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411개 주유소 가운데 NH오일 폴사인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15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SK나 GS칼텍스ㆍ에쓰오일ㆍ현대오일뱅크 등 일반 정유사의 폴사인을 사용하고 있다. NH오일 폴사인을 대폭 확대하고 NH오일 폴사인을 함께 쓰는 주유소들은 정유사나 수입사를 상대로 경쟁입찰방식으로 물량을 공동구매함으로써 석유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김 차관은 "농협 계열 411곳의 주유소가 공동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60원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석유 수입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독자적인 저유소를 확보하지 않은 업체라도 공동 저유시설만 확보하고 있으면 수입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차관은 그러나 황 함량이 낮은 저가 휘발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가격인하가 리터당 10원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실효성이 낮다"며 부정적 입장을 비췄다. 김 차관은 이어 해외 석유 기업 인수합병(M&A)과 관련, "현재 5곳의 석유 기업과 배타적(exclusive)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연내 1∼2곳가량을 인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지난 6월 하루 생산량 10만배럴, 매장량 90억배럴인 스위스 아닥스사를 86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89억달러를 제시한 중국 시노펙에 밀려 아쉽게 놓친 바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이나 해외 시장 기채 등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1∼2곳에 대한 인수에 성공하면 아닥스 수준의 원유 생산량이나 매장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차관은 또 "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이 확보하고 있는 이라크 쿠르드 지역 바지안 광구 시추가 다음달 이뤄질 예정"이라며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 등이 확보하고 있는 바지안 광구 지분의 원유 추정 매장량은 31억배럴로 현재까지 석유공사가 확보하고 있는 매장량 11억배럴의 3배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