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내달려온 주식시장에 '속도조절'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간의 상승세를 뒷받침해온 한 축인 유동성에 금리라는 변수가 급부상하고 있고 때를 맞춰 증권사들의 이익실현 주문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증시분석가들은 지수 하락은 어디까지나 과열을 해소하는 '기술적 조정'에 그칠 것이며 3.4분기 '어닝 시즌(실적발표시기)'을 맞아 실적호전주에 대한 긍정적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권고를 빼놓지 않고 있다.
◆"기술적 조정" = 종합주가지수는 전날 15.38포인트 하락한데 이어 6일에도 낙폭을 키우고 있다. 지수는 오전 11시10분 현재 27.39포인트 급락한 1,200.01을 기록하고 있다.
지수 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은 프로그램매도로 전날 올들어 4번째로 큰 규모인 3천784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고 이날도 1천537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대규모 프로그램매도는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올들어 2번째로 큰 8천794계약의 순매도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가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 현물 시장에서 매도우위 기조를 유지해온 가운데 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매물 공세를 펼친 것이다.
대우증권 조재현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현물시장에서 외국인 동향에 관심이 높아질 차례"라며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심리적인 부분을 반영한다면 현물시장은 이런 심리적 불안감이 현실화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외국인 현물 매도 규모가 크지 않다면 다시 충전된 차익잔고와 프로그램매매를 제외할 경우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기관에 다시 주도권을 양보할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기술적 과열과 외국인 매도 공세, 미국 증시 부진이 맞물린결과"라며 "이중 주가가 별다른 조정 없이 상승했다는 기술적 과열이 가장 우려되는부분"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그러나 "문제는 속도에 있다"며 "쉬지 않고 상승했다는 속도 문제만해결된다면 시장은 계단식 상승 패턴을 밟을 것"이라며 기술적 과열 해소로 진단했다.
따라서 삼성증권은 20일 이동평균선이 걸쳐있는 1,200선 전후를 기술적 조정의단기 지지선으로 예상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애널리스트는 "지난 8월말 1,050선부터 쉬지 않고 200포인트가 급등한 데 따른 필연적인 기술적 부담의 해소 과정"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특히 차익잔고 기준으로 1조원을 넘어섰던 매수차익거래에서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된 점이 지수 낙폭을 키웠지만 프로그램 매도라는 기계적 매매 외에는 기관과 개인의 매수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증권 권혁준 애널리스트는 "매수차익잔고가 급감함에 따라 향후 프로그램매물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속도조절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그는 "월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접투자자금의 유입 속도가 둔화될 여지는 있으나 기관이 본격 차익실현에 나설 정도로 수급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덧붙였다.
◆유동성에 '금리' 변수 급부상 = 증시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다음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콜금리가 인상될 경우와 관련해 이에 따른 주식시장의 영향을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펀더멘털(기초여건) 측면에선 경기 회복 기대감, 수급 측면에선 시중자금 유입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구가해 왔는데 금리 변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있는 상황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애널리스트는 "콜금리 인상이 경기회복 기조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단기적인 유동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과거에도 콜금리 인상 이후 주식형 펀드로 자금유입 속도가 둔화하는 경향을 나타낸 바 있다고 대신증권은 설명했다.
이에 비해 한국투자증권 김세중 애널리스트는 "금리 수준이 자산배분 선호 체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이지만 초기 금리인상 국면은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초기 금리인상은 이제부터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로 인식되면서 채권 투자의 매력을 떨어뜨리겠지만 주식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나 기대수익률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호전주 또는 덜 오른 종목 주목" = 일부 종목들이 목표주가에 도달하면서 차익실현 권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정이 과열을 기술적으로 해소하는 과정에 그칠 것이라는 진단 아래 증권사들은 실적장세로의 전환을 예상하면서 실적호전주 또는 덜 오른 우량 종목들에 대한 관심을 권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 애널리스트는 "어닝 시즌을 맞아 실적이 좋아지는 업종대표주와 우량 중소형주에 대해선 조정을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업황 개선이 가시화되는 업종 또는 그동안 랠리에서 뒤처진 업종에대한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며 이런 업종군으로 IT(정보기술), 가스, 유통업종을 꼽았다.
한국증권 김 애널리스트는 "조정기에는 중소형 가치 우량주의 수익률이 더욱 강한 탄력성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