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업종 빅딜에 개입해온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지난 26일 유화 빅딜을 「채권금융단과 해당 기업간 문제」로 규정,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이제 유화 빅딜은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의 통합과 일본 미쓰이의 투·융자」라는 기존 틀에서 완전히 탈피, 전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할 상황이 됐다.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이 석유화학 부문을 떼어내기 위해 빅딜을 추진한 지 1년 2개월여 만에 모든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빅딜 왜 진통겪나=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현대와 삼성의 통합법인에 대해 5,000억원 출자와 15억달러 융자를 제의한 미쓰이를 믿지 않았다. 26일 회의에서도 『미쓰이가 제출한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의 투자제안서(LOI)는 공식문건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융자기간이나 금리조차 기재돼 있지 않은 실무검토 서류이며 제안 내용도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는 평가다.
채권금융기관들은 빅딜 대상 양 기업의 대주주인 현대와 삼성그룹이 한푼의 손실도 분담하지 않는 구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채권단에 5,000억원 이상의 출자전환을 요구해 놓고 정작 부실기업의 대주주는 뒤로 숨는 「도덕적 해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채권단은 『기존 주주의 손실 분담을 보다 명확히 조정한 후 빅딜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앞으로 유화 빅딜은 한빛은행이 주관하고 주요 채권금융기관과 산업은행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가 주도한다. 운영위원회는 현대와 삼성의 손실분담 규모와 범위를 협의·결정하고 외자유치의 조건인 출자전환과 산은의 전대차관 등도 논의한다. 빅딜 구도를 새로 짜는 셈이다.
◇어떤 대안이 있나=우선 채권단의 요구대로 현대그룹와 삼성그룹이 손실을 분담할 수 있다. 통합법인의 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이나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의 부채를 일부 떠안는 방안이 가능하다. 연말 부채비율 200% 감축에 바쁜 두 그룹이 이런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현재 두 기업의 부채는 각각 2조9,000억원, 2조2,000억원 수준이다.
또 하나는 미쓰이의 추가 출자. 당초 약속한 5,000억원보다 많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면 돌파구가 마련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통합추진본부가 미쓰이 외의 제3의 외자유치선을 찾는 방법도 있지만 쉽지않다.
유화업계는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이 직접 나서서 각각의 외자유치선을 모색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또 기존 유화업계가 그 동안 주장해온 대로 컨소시엄을 구성, 통합법인에 참여하는 방안과 현대·삼성의 특정 부문 공장을 개별 인수하는 방안이 함께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유화업계는 채권단과 현대·삼성이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리든 올해 말까지 통합법인을 출범시킨다는 당초 구상은 물 건너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