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5월15일] 퍼클 건


병사의 목숨을 가장 많이 빼앗은 제식 무기. 뭘까. 답은 기관총이다. 20세기 이후 전사자의 절반 이상이 기관총에 목숨을 잃었다. 기관총이 처음 등장한 것은 1718년 5월15일. 영국의 발명가 겸 변호사인 제임스 퍼클(James Puckle)이 탄알 9발을 연속 발사할 수 있는 ‘퍼클 건’의 특허를 등록한 게 시초다. 퍼클 건의 기본원리는 회전. 길이 91㎝ 총열에 수동식 회전 실린더 뭉치를 결합했다. 최고 발사속도는 분당 9발. 잘 훈련된 병사라야 분당 3발 이내를 쏠 수 있었던 머스킷 소총보다 3배 빨랐다. 퍼클이 제안한 용도는 함정 거치용. 영국 선박을 털기 위해 덤비는 해적들을 소탕하려고 만들었다. 총에도 신앙이 있었는지 퍼클이 제작한 탄알과 실린더 뭉치는 종교에 따라 달랐다. 기독교인 해적에게는 둥근 탄알을 사용하지만 비기독교인에게는 사각형의 총탄을 퍼붓도록 설계했다. 문제는 신뢰성 부족. 부싯돌 격발장치가 잦은 고장을 일으켜 군납에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퍼클 건은 잊혀지고 말았지만 혁신적 설계와 삼각대 등은 기관총은 물론 카메라용 삼각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격도 비쌌다. 퍼클 건 이후 150여년이 지나 성능이 향상된 기관총이 발명된 후에도 어지간한 부자나라가 아니면 채용을 꺼렸다. 기관총 시범사격을 지켜본 덴마크 국왕이 ‘탄약을 이토록 낭비하면 국가가 곧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탄알 가격 역시 비쌌기 때문이다. 오늘날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7.62㎜ 기관총 탄알의 낱개 가격은 라면 한 봉지보다 비싸다. 구경이 크면 가격은 훨씬 올라간다. 지구촌 곳곳에서 기아와 자연재해에 사람들이 죽어가는 순간에도 기관총의 발사음은 끊이지 않는다. ‘두두두두….’ 돈이 타들어가는 소리와 다름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