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7월 7일] 세계는 '그린 레이스' 시대

이상철(미리넷솔라 회장)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면서 전문가들은 최고 25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지난해의 유가 폭등 랠리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가 200달러 시대를 상상해보았는가. 이 시기에 이르면 화석연료에 비해 태양광 공급단가가 싸지기 때문에 일반 가정이나 공공시설 등에서는 기존 화석연료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태양광 분야 육성에 사활 걸어
특히 최근 유가 폭등추세와 L자형의 장기 경기침체 국면이 맞물리면서 당초 예상보다 이른 내년께 태양광과 화석연료 공급단가가 같아지는 시기(그리드 패러티ㆍGrid parity)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을 맞아 과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하루가 다르게 최첨단 기술로 무장하는 기업들은 앞다퉈 미국 실리콘밸리로 몰리고 있다. 이들은 과거 서부개척시대에 황금을 찾아 나섰던 것처럼 미래에 황금알을 낳을 에너지 기업들로 탈바꿈하고 ‘제2의 골드러시’를 이루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세계경제를 수렁에 빠뜨렸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의 ‘그린뉴딜’ 발표 이후 미국 서부의 실리콘밸리에서는 경제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그린 혁명’ 아이템으로 태양광을 활용한 그린홈ㆍ그린카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구글이나 인텔 등 닷컴 기업들은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면서 ‘왓컴(watt com)’ 기업으로의 변신을 주도, 실리콘밸리를 ‘그린밸리’로 바꿔가고 있다. 어디 미국뿐인가. 일본과 독일은 연구개발(R&D)과 상업생산을 동시에 확대해 가정용 보급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고정가격매수제 법안을 통과시킨 일본은 지난해 세계 태양광 시장점유율에서 독일에 뒤쳐지자 도쿄ㆍ신주쿠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보조금 정책을 부활시키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력회사가 태양광 보급가정이 생산한 전기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높게 사주고 있으며 ‘태양광 의무할당제(RPS)’도 사실상 폐지했다. 독일은 우리나라의 ‘발전차액 보조금’ 제도의 원형인 ‘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해 지난 2000년 이후 정부가 정책산업으로 육성하고 일반 전기 설치가정에서 태양광의 발전차액 보조금을 분담하며 지난해까지 누적 태양광 설치용량이 5GW(기가와트)에 이르고 설비기술 및 생산능력 면에서 세계적인 큐셀과 같은 기업을 낳았다. 올해 말 포스트 교토협정이라 일컫는 유엔 기후변화위원회의 ‘코펜하겐 의정서’에서 각국이 약속하게 될 온실가스(CO2) 감축에 관한 부담을 덜면서 구제금융 위기로 위상이 흔들리는 미 달러화 패권을 잡으려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 전쟁이 각국의 이 같은 노력을 불러왔다. 태양광 에너지 보급률이 높아 고유가 걱정이 덜한 독일ㆍ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매번 유가폭등 때마다 걱정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오히려 세계 동향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보조금 정책을 장기적으로 폐지하고 신재생에너지 RPS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망설일 때가 아니다. 반영구적으로 환경 친화적이면서 고용창출, 경제성장, 에너지 수출자원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태양광 분야에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의지가 보여진다면 산학연이 힘과 지혜를 모아 대규모로 투자하고 융복합기술을 개발, 철저히 준비해나간다면 ‘에너지 부국’ 도약도 먼 얘기가 아니다. 산학연 연계 대규모 투자 나서야
지금부터라도 ‘제2의 산업화’를 달성할 신성장동력으로서 태양광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고 우리 정부와 민간이 고통을 분담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시 찾아온 고유가의 위기는 우리가 경제성장과 선진화를 동시에 이루고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두 번 다시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는 태양광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제2의 골드러시인 ‘그린 레이스(Green Race)’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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