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연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이후 규탄시위 등 한국의 정국상황을 소개하고 분석 기사를 싣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미국 언론들은 노 대통령 탄핵 가결 사태가 한국 사회의 이데올로기 갈등, 보수와 진보, 세력간의 대립을 상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는 14일자에서 탄핵안 가결 후의 규탄시위와 여론조사 결과 등을 전하면서 “12일 밤 탄핵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5만 명의 군중은 한국 정치 위기의 가시적 표현이었다”며 “시위대들은 보수주의자들이 지배하는 국회에 대한 저항의 봄날을 예고하면서 `탄핵 무효`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13일 `미스터 안정``행정의 달인`으로 통하는 고건(高建)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시작했다고 전하고 “정치적 격변에 따른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보고는 없지만 한국군이 경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탄핵을 추진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규탄집회의 불길이 당겨졌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자에서 “축하에서 비탄까지 탄핵안 가결에 대한 대중의 반응 범위는 한국이 직면하고있는 진정한 드라마를 드러냈다”며 “그것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동맹국 중 하나였던 이 나라를 갈라놓고 있는 깊은 이데올로기적 분열”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의 운명과 한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3만7,000명의 주한미군 구조조정
▲6자회담
▲아직도 허약한 회복세를 보이는 아시아 4위 한국경제의 미래 등 미국 정부에 중요한 이슈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한국 탄핵 어떻게 흘러갈까 논란`제하의 기사에서 일부는 한국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움직임이 억압으로의 회귀라고 우려하고 있는 반면 일부는 민주주의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경미한 선거법 위반에 대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은 아시아에서 가장 활기찬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한국 내에 정치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느냐를 놓고 국가적 논란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정치 전문가들은 향후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예측을 꺼리고 있다”면서 “헌법재판소가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이 경미하다는 근거로 탄핵안을 각하할 수 있지만 그가 5년 임기를 끝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위기가 그를 자리에서 내몰게 할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들은 13, 14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의 배경을 심각한 국론분열에서 찾고 정치공백의 조기 수습 여부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4일 “탄핵에 대한 따가운 여론을 받아들여 야 3당이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정운영에 협력을 약속했다”며 “국정혼란을 불렀다는 비난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여론동향과 정국수습 노력 등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날자에서는 “탄핵사태의 커다란 원인은 개혁 깃발 아래 보수층과 일절 타협하지 않는 노 대통령의 독특한 정치스타일에 있다”면서 “이번 탄핵극은 심각화하는 보수ㆍ혁신의 국론분열을 배경으로 일어난 비극적 정치현상”이라고 분석했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3일자 사설에서 “정쟁이 길어지면 잃는 것이 커진다”면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라는 한국의 눈부신 성과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손상을 입는다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도쿄(東京)신문은 사설에서 “대통령 탄핵은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킨다”며 “대통령, 야당, 국민이 이 정치공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평가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14일자 `노 대통령 한(恨)의 정치`라는 1면 머리기사에서 노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총선을 앞둔 여야 정쟁에서 직접적으로 비롯됐지만 근저에는 기득권층과 이를 변화ㆍ개혁하려는 현정권의 충돌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도쿄=신윤석특파원 ksi810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