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보도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에서 시작한 KBS 갈등 사태가 “청와대 보도 개입” 폭로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KBS 양대 노조는 길환영 사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사장 출근 저지와 파업 등 향후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길환영 KBS 사장은 청와대 보도 개입 주장에 대해 17일 “사실이 아니다”고 전면 부인하면서 오는 19일 ‘사원과의 대화’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이날 방송된 KBS 저녁 메인뉴스프로그램 ‘뉴스9’을 통해 밝혔다.
앞서 KBS 뉴스프로그램인 ‘뉴스라인’은 지난 16일 밤 최근 사퇴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KBS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 재임 시절 청와대로부터 수시로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전 국장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보도 관련 요구를 했는가 하면 길환영 사장도 특정 뉴스를 빼거나 축소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수 없이 했다고 공개했다.
김 전 국장은 “(KBS 보도에서)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면서 “대통령 뉴스는 (9시 뉴스) 20분 내에 소화하라는 원칙이 있었다. 대통령 순방 때마다 몸살을 앓았다. 이른바 꼭지 늘리기 고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 논란으로 지난 9일 사퇴한 것과 관련, “길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3개월만 쉬면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했다”며 “길 사장이 이를 거역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이건 대통령의 뜻이라고까지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며 청와대 개입설을 주장했다.
BS 기자와 PD들 중심으로 결성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도 같은 내용의 기자총회 발언록을 공개했다.
발언록에 따르면 김 전 국장은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서도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는데 ‘한참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해경 비판을 나중에 하더라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의 폭로에 침묵하던 길환영 사장은 17일 KBS ‘뉴스9’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뉴스9’은 김 전 국장의 폭로에 대해 길 사장이 “사실이 아니다”며 전면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뉴스9’은 길 사장이 김 전 국장의 폭로에 대해 “김 전 국장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사실이 아니다”며 “월요일 사원과의 대화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사태에 대해 청와대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KBS가 자사 뉴스를 통해 내부 문제를 이틀에 걸쳐 공론화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KBS 새노조는 이날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 사장 퇴진을 재차 주장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KBS 새노조는 또 1,224명의 조합원을 상대로 15~17일 길환영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 90.2%에 불신임 의견이 97.9%(1,081표)로 나왔다고 밝혔다. 신임 의견은 2.1%(23표)에 불과했다.
새노조는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1~23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계획하고 있다.
또 기술직군을 중심으로 2,500명 가량이 소속된 KBS노동조합(제1노조)은 이날 길 사장의 집 앞에서 퇴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으며, 19일부터는 사장 출근 저지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미 제작거부를 결의한 KBS 기자협회도 1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시곤 전 국장이 이번 달의 보도 독립성 침해 사례를 정리해 기자협회에 전달했다고 밝힌 만큼 기자협회에서는 관련 내용을 조사해 추가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KBS 보도국 부장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괄 보직 사퇴를 한 가운데 보도국 국장들도 16일 대책회의를 가진 것이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길 사장도 참석했으며, 국장들은 길 사장에게 사태 수습과 함께 보도의 중립성 보장 등에 대한 입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