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2월28일] 평화의 댐


‘불신과 낭비를 상징하는 사상 최대의 기념비적 공사.’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의 ‘평화의 댐’에 대한 평가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대한민국 최대 거짓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외환위기 직전 경제부처 수장의 호언에 이어 2위로 꼽힌 게 평화의 댐이다. 어떤 거짓말을 했을까. 북한이 추진하던 금강산댐의 위협을 과대 포장했다. 건설부 장관의 ‘북한이 200억톤의 담수용량을 가진 금강산댐을 건설 중이며 댐이 무너지면 63빌딩 중턱까지 물이 차오르게 될 것’이라는 발표에 여론이 들끓었다. 이때가 1986년 10월 말. 바로 대응댐 건설계획이 나왔다. 63빌딩 허리까지 물에 잠기는 그래픽이 연일 TV 화면을 타면서 국민들은 성금을 모았다. 말이 성금이지 실은 반강제 할당이었다. 안기부는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운동까지 미뤄가며 기업들을 채근, 700만원에서 10억원까지 성금을 할당했다. 초등학교에서도 코 묻은 돈으로 할당액을 채웠다. 이렇게 모은 성금이 모두 733억원. 정부는 이듬해인 1987년 2월28일 총공사비 1,509억원을 들여 대응댐 공사에 들어갔다. 완공 직후 미국 언론의 조롱에도 묻혀졌던 평화의 댐이 문제로 부각된 것은 문민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조사를 벌인 감사원은 직선제 요구가 고개를 들 무렵 ‘시국 안정 및 국면 전환을 위한 과잉 대응’으로 평화의 댐을 건설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댐은 위협이 못 된다’라는 미군의 분석이 묵살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국가안보를 팔아 정권안보를 꾀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대국민 사기극이었던 평화의 댐 건설을 가장 반겼던 것은 해외공사 수주 격감으로 불황을 겪던 건설업체들이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지 요즘도 건설업체들은 대운하라는 대형 토목공사에 목을 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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