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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SF) 영화에서는 인간을 돕고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기계가 오히려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아예 미래기술과 첨단기계가 파괴와 죽음의 대명사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성인여성과 동일한 팔과 손을 가진 로봇 간호사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 대신 청소와 집안일을 해준다. 또한 혈관 하나까지 완벽히 재현한 디지털 인체모델과 형광물질을 이용해 암을 제거하는 장비로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다. 특히 생각을 읽는 헬멧을 쓰면 마비된 환자도 생각만으로 휴머노이드를 조종할 수 있다. 영화 '아일랜드'나 '6번째 날'에서는 인간이 암ㆍ백혈병ㆍ루게릭병 등 난치병의 위협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세상이 그려진다. 복제인간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첨단 유전자 복제기술에 의해서다. 하지만 이 기술이 악용되면서 다양한 비윤리적 문제가 나타나고 이를 감추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인간을 살리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터미네이터' '아이로봇' '스텔스' 등에서는 로봇이 인류 종말의 위기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를 보면 기계ㆍ기술에 인간의 생명을 맡기는 것이 너무나도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이는 영화일 뿐이다. 현실 세계의 첨단 로봇과 정밀기술은 다르다. 질병을 치료하고 환자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성인 여성과 비슷한 팔과 손
환자 대신 집안일·청소 거뜬히
노령환자의 친구, 로봇 간호사 일본 와세다대의 시게키 스가노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트웬디-원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서비스 로봇으로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과 환자의 간호가 주임무다. 이에 따라 키 146㎝, 중량 111㎏의 트웬디-원은 가정의 일상적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모든 능력이 맞춤화돼 있다. 그중에서도 손은 사람에 버금갈 정도로 섬세하다. 4개의 손가락 끝에 소형 6축 역각 센서가 탑재됐고 손바닥에는 241개의 압력센서가 있어 물건의 크기와 함께 견고함까지 감지한다. 또한 손가락이 30단계에 걸쳐 정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토스터에서 빵을 부스러지지 않게 꺼내고 종이컵ㆍ빨대ㆍ딸기 등을 집을 수도 있다. 팔 또한 사람을 닮았다. 어깨ㆍ팔꿈치ㆍ손목에 관절이 있어 7단계로 세분화된 움직임을 구현한다. 양팔이 각각 22㎏의 무게를 지탱하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도 혼자서 옮긴다. 침대로 아침식사를 나르기도 한다. 트웬디-원은 특히 전방향으로 이동 가능한 바퀴와 4단계로 접히는 몸체로 바닥 청소까지 해낸다. 트웬디-원 하나만 있으면 웬만한 집안일은 독거노인이나 환자 혼자 처리할 수 있다. 이 모든 작업은 음성인식에 따라 이뤄지며 2개의 배터리팩을 충전하면 최대 30분 동안 재충전 없이 필요한 작업을 시킬 수 있다. 10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연구팀은 현재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안전하게 약물과 음료수를 가져올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와 구동 메커니즘을 개선하고 있다. 인체 장기 상태·생리기능 재현
의사들 최적 진료법 찾는데 도움
디지털 인체 모델, 케이브맨 캐나다 캘거리대의 크리스토프 센슨 박사팀이 개발한 디지털 인체 모델 케이브맨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장치로 꼽힌다. 케이브맨은 쉽게 말해 세상에서 가장 정밀한 가상 인체 모델이다. 3차원 입체 홀로그램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뼈와 근육ㆍ내장기관ㆍ혈관에 이르기까지 실제 사람과 모든 구조가 완벽히 일치한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컴퓨터 공학자, 해부학자, 수학자, 그래픽 아티스트 등 각계 전문가들과 6년간 인체를 정확히 묘사한 밑그림을 완성했다. 케이브맨의 최대 특징은 4대의 빔 프로젝터로 투사되는 가상인체의 크기와 확대비율ㆍ투사방향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영상의 해상도가 기존 영상장치보다 10배나 뛰어나다. 이 때문에 신체 전체를 투사해 모든 뼈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특정 장기나 혈관을 클로즈업해 관찰하는 것도 가능하다. 확대비율을 최대치로 높이면 혈액세포 하나를 2.4m 크기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확인 가능한 인체부위가 무려 3,000여개 이상이다. 하지만 케이브맨의 진정한 효용성은 정밀성이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인체장기의 상태와 생리기능을 재현해낸다는 것이 핵심. 즉 특정 약물을 투여했을 때 환자의 몸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사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의사들이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는 데 직접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림프절 통해 암세포 찾아내 제거
건강한 조직·정상세포 피해 최소화
형광물질 이용한 암 제거 암환자를 완치시키는 방법은 체내의 모든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뿐이다. 문제는 이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 암세포는 주로 림프관을 통해 전신으로 전이되는데 전이 초기에 이를 발견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여타 질병에 비해 암의 재발률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술 한번으로 모든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티컬센터 연구팀이 암세포만 족집게처럼 찾아내 제거하는 장비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플레어로 명명된 이 장비는 암세포에 반응하는 형광물질을 이용한다. 이 형광물질을 종양 인근의 림프절에 주입하면 림프관을 따라 이동하며 암세포를 찾아 달라붙는다. 림프절을 공략하는 것은 이곳이 림프관들이 집결하는 허브이자 암세포가 다른 장기나 조직으로 전이되기 전에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후 피부 표면에 근적외선을 비추면 암조직과 암세포만 녹색으로 발광하게 된다. 의사는 이를 모니터로 확인하며 암조직과 함께 암세포가 침투한 림프관만을 정확히 잘라냄으로써 전이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다. 특히 플레어를 이용하면 암세포가 육안으로 확연히 구분돼 건강한 조직이나 정상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수술을 마칠 수 있다. 레이저 빛으로 우울증등 치료 연구
뇌파 감지 헬멧으로 휴머노이드 조종도
정신질환 치료하는 레이저 미국 스탠퍼드대의 신경과학자 칼 디서로스 박사는 레이저를 활용한 정신질환 치료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뇌심부 자극술 등 뇌에 전기자극을 가해 파킨슨병ㆍ간질 등의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은 상당 부분 진전됐지만 빛의 자극으로 이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하지만 디서로스 박사는 얼마 전 그 가능성을 실험으로 입증해냈다. 파킨슨병에 걸린 쥐의 세포를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유전자 조작한 뒤 뇌 속에 광섬유를 삽입해 레이저를 쏘았는데 움직임을 관장하는 뇌의 운동피질과 연결된 세포에 레이저 광선이 닿자 쥐가 곧바로 경련을 멈춘 것. 이에 따라 디서로스 박사는 이 기술을 발전시켜 우울증ㆍ자폐증 같은 신경정신병의 치료법을 찾기 위한 후속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실험 결과에 따라 언젠가는 레이저 광선만으로 손상된 뇌세포를 치료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뇌세포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혼다는 지난 4월 뇌파감지 헬멧을 통해 생각만으로 휴머노이드를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뇌파감지 헬멧은 뇌 속의 전류와 혈류의 변화를 탐지해 착용자의 생각을 읽고 이 정보를 휴머노이드에 무선 전송, 특정 동작을 수행하도록 하는 혁신적 장치다. 현재는 아시모의 양손과 다리ㆍ혀 등 4개 부위를 단순하게 움직이는 정도지만 동작인식 성공률이 90%에 달해 기술 고도화가 이뤄지면 사지마비 및 사지절단 환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