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치않은 남중국해… 다자간 대화 채널 모색해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필리핀 간 분쟁이 미중 갈등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을 방문 중인 팡펑후이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15일 펜타곤(국방부청사)에서 석유 시추를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 간 긴장상황에서 객관성을 지키라고 미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들어 베트남 남부 호찌민 인근 공단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중국 공장에 불을 지르고 시설을 파괴하며 중국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숨은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에 앞서 이달 6일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제도)에서 필리핀 정부가 중국 어선을 불법조업 혐의로 나포한 사건 역시 미국이 뒷배를 봐주고 있기 때문에 생긴 분란이라는 게 중국 측 인식이다.

베트남의 반중(反中)시위는 분쟁지역인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제도) 부근 남중국해에서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석유 시추활동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베트남 총리와 만나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약속을 어긴 일방주의가 베트남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그러나 남중국해 분쟁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 복귀' 전략과 맞물려 고조되는 측면도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동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파라셀과 스프래틀리의 분쟁 역시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필리핀이 합동으로 실시한 해상훈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세계 해상 교통량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남중국해에서 미중 패권경쟁이 고조되며 이곳이 자칫 또 다른 화약고가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중국은 군 예산을 12%나 늘리면서까지 자국 영토의 앞마당인 남중국해를 수중에 넣으려 혈안이고 이런 중국을 미국이 가로막고 나서면서 두 힘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 또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일본의 재무장, 일본과 연계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얽히면서 빚어진 갈등이다. 동북아는 물론 남중국해를 둘러싼 동아시아 전체가 복잡하고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정세다. 다자 간 대화 채널을 가동함으로써 하루 빨리 갈등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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