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선거 사상 가장 많은 후보가 나서는 인물 풍년의 선거이어서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졌지만 너무 많다 보니 더 헷갈린다고 한다.
사람 됨됨이가 괜찮아 보이면 능력이 좀 달리는 것 같고 능력은 뛰어난 것 같은데 도덕적으로 좀 흠결이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어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사람들까지 주저하는 이유도 각색이다.
그러나 17대 대통령은 무엇보다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돼야 한다. 당장 급하기로는 어려움에 빠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지만 나라의 먼 장래를 위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한곳으로 뭉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지구촌에서 우리만큼 비좁은 땅덩어리에서 서로 찢고 까불고 하는 나라와 백성도 없다.
골육상쟁의 국토가 동강이 나 아직도 이산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그 분단국가로도 모자라 아직도 진보와 보수, 경상도와 전라도, 서울과 지방 등으로, 별의별 이름으로 편이 갈려 전쟁 아닌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모두가 다 서로 편을 갈라 척지게 함으로써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정상배들의 탓이 크다.
꿀단지를 안겨준다 해도 정상배 같은 사람을 새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는 갈등으로 인해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너무 많이 치러왔다. 그래서 새 대통령 선택의 첫째 기준은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돼야 한다.
새 대통령은 말은 적게 하고 귀는 활짝 열어두는 사람이 돼야 한다. 자신의 생각보다는 국민의 생각과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결코 왕이 아니며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겸손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행동보다 말을 너무 앞세우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새 대통령은 일할 때와 놀 때를 가릴 줄 아는 좀 낭만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외국 원수처럼 휴가 때 보트도 타고 책도 읽어야 한다.
가끔 방송이나 신문에 나와 정치 얘기보다는 “최근에 제가 이런 책을 읽었는데요. 참 재미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세요”라고 소개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더욱 좋겠다. 그래서 새 대통령은 문화대통령이 돼야 한다. 백범의 말처럼 우리나라를 문화 강국으로 만들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새 대통령은 치적에 너무 얽매이지 말았으면 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재임기간 중 뭔가 한건 올려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았다. 10년, 20년에 걸쳐 이뤄야 할 일을 자신의 집권기간에 끝내려다 보니 탈이 난 적도 많았다. 새 대통령은 100년대계의 초석을 놓는다는 마음으로 업무를 차근차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 대통령은 후덕한 사람이어야 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물과 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 앞이 가로막혀 있으면 돌아서 갈 줄도 알고 때가 아니면 기다릴 줄도 알며 높은 곳과 낮은 곳을 가려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물의 지혜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이길 줄만 알기보다는 좀 질 줄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기 생각이 아무리 옳다 해도 국민이 싫다고 하면 “제 생각이 좀 짧았습니다. 저는 옳다고 생각했는데 여러분들이 아니라고 하니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나중에 상황을 봐 그때 다시 논의하겠습니다”라고 한발 물러설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야(對野)관계에서도 당연히 아량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얼굴 시뻘겋게 붉히고 삿대질하며 등 돌리기보다는 야당 대표와 만나 골프도 치고 막걸리 한사발 할 줄 아는 도량이 넓은 사람이 돼야 한다. 다음 정부에서는 대통령 때문에 국민들이 마음 졸이고 노심초사하는 일은 제발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해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신간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사람이 새 나라 새 대통령이 돼야 한다. 선택은 앞으로 남은 20일 동안 유권자들이 고민해야 할 몫이다. 새 대통령만은 제발 제대로 뽑아 5년 뒤 물러나는 그에게 험한 소리를 하지 않은 성숙한 국민으로 거듭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