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거부에 고립 심화될듯

北 "제재 상태선 6자회담 못한다"
"미사일성명 채택 땐 ARF 탈퇴" 으름장까지
25개국 외교장관 "결의안 지지" 한 목소리
美, 對北 압박행보 더욱 탄력 받을듯

남북한, 미ㆍ중ㆍ일ㆍ러 외교장관 등이 한 자리에 모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북한 미사일 사태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했다. 북한은 유엔안보리 결의안 통과 직후 밝힌 성명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또 남북대화를 비롯한 모든 대화채널에 참석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심화되면서 북한은 한층 깊은 고립의 수렁으로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北 ‘요지부동’=28일 ARF회의에 참석한 25개국 외교 장관들은 한목소리로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회의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 정도가 북한에 대한 압박보다는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는 ‘톤’의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한치의 흔들림 없이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오히려 북한 미사일 관련 성명이 채택되면 ARF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는 실제로 탈퇴를 염두에 두고 있다기보다 성명내용을 완화시켜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6자 회담에 대해서도 금융제재 해제를 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이라고 내세우던 종전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북한 대표단 대변인인 정성일 부국장은 “미국이 대화를 하겠다고 하면서 제재를 하는 것이 말이 되나”면서 “금융제재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ARF회의에서 북한의 관심은 오직 북ㆍ미 양자대화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제재 해제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정성일 부국장은 “(미국이 대화를 제의해 온다면)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남북 양자회담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에 비춰볼 때 상당한 관심을 표명한 것. 그러나 미국은 6자 회담 틀 밖에서의 북한과의 양자회담은 갖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북한 고립 심화=ARF에서 각종 대화제의를 거부함으로써 북한은 대화를 통해 미사일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앞으로 6자 회담이 재개되지 않는 한 다자외교 무대에 북한이 등장할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 회의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안보리 결의안을 언급하며 ‘엄중한 의무’가 포함돼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미ㆍ일 주도의 대북압박에 국제사회가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대표단이 이번 회의에서 거의 ‘왕따’를 당했다는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을 감안하면 이 같은 미국의 압박행보가 앞으로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28일 오후 북한 없이 열린 ‘10자 외교장관회동’에서는 6자 회담 재개방안에 대한 의견교환도 이뤄졌지만 북한에 대한 단호한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재확인했다. 우리정부는 10자 회동에서 ▦북한 측에 확실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야 하며 ▦외교적 노력을 다해서 6자 회담을 조기에 개최해야 한다는 ‘두 갈래 접근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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