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5%이상 고평가” 지적/과소비·호화해외여행 억제 효과도/계속 방치땐 「제2멕시코사태」 우려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국제수지동향에 따르면 경상수지 적자가 지난 10월까지 1백95억달러를 기록했고 연말까지는 2백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경상수지적자 심화로 총외채도 1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같은 경상수지적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84억2천만달러의 무려 2.3배나 된다.
여기서 경상적자에 제동을 걸지 못한다면 한동안 잊고 있던 「외채망국론」의 망령이 현실화되지 말란 법이 없을 만큼 경상적자는 무섭게 불어나고 있다. 여론이 경상적자의 위험성을 경고할 때마다 정부가 「전가의보도」처럼 내세우며 안심하라던 이른바 경상적자의 적정선(IMF권고기준)인 국민총생산(GNP) 3%선을 훨씬 넘어 5%선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위험수위를 크게 넘어선 경상적자를 축소키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정부가 좌고우면의 망설임에서 벗어나 과감한 정책선택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리고 결론은 획기적인 환율개입정책밖에 없음을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일 종속적인 경제구조와 대외환경 속에서 엔저가 계속되는 한 수출이 되살아날 수 없음은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순환구조가 엔화의 고저주기에 맞물려온 사실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따라서 일본 엔화의 저평가기조가 지속되는 한 원화의 평가절하(대달러환율의 상승)밖에 방법이 없음도 분명하다. 1달러대 80∼90엔선까지 엔화가 평가절상되지 않는 한 일본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의 주력상품들(철강, 조선, 전자, 유화, 자동차 등)이 해외선진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키는 어렵다는 것은 결론이 나 있는 상태다.
외채가 1천억달러, 경상적자가 2백억달러에 달한 실정에서 원화의 대달러환율이 아직도 5%가까이 고평가받고 있다는 일부 평가분석도 있다. 더욱이 세계 외채4위국이라는 부실한 경제내용을 안고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 대외경제방어의 무장해제를 당하고 더이상 적자를 방어할 수단이 없는 마당에 환율정책을 망설일 이유는 없다는 게 뜻있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공연히 페소화 안정을 위해 페소화의 고평가정책을 쓰다 위기를 자초했던 멕시코의 교훈을 되새길 때라는 지적이다.
환율상승이 물가를 부추긴다는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2∼3년래 지속된 엔저(엔화의 대달러환율 상승) 속에서도 유례없는 물가안정(10월 소비자물가 2%)을 이루고 있다.
원화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오르므로 오히려 이제 한계를 보이게 될 고가소비재의 마진폭을 줄여 과소비를 줄여나갈 수 있고 해외여행을 자제케 할 수 있다는 역설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수입상을 하면 떼돈을 번다는 환상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환율 상승을 위한 정책개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이병완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