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침체 및 거래 위축으로 부동산 소유자들의 빚 부담이 늘고 있다. 매물을 내놓아도 매수자가 없는데다 역(逆) 전세대란까지 나타나면서 무리한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억지로 2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 빚 상환기간 늘리고 신용한도는 최대로= 12일 부동산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부동산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장기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모기지론의 수요는 잔금을 치르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대출기간 연장률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모기지론의 경우 신규 대출 비중이 80%를 차지하고, 아파트ㆍ주상복합 등에 대한 집단 대출이 많다”며 “하지만 새로운 아파트 거래를 위한 자금 수요는 거의 없고 대부분 이미 분양을 받은 아파트의 잔금을 치르기 위한 대출”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 최근 들어 자기 소유 아파트가 팔리지 않거나 전세로 나가지 않아 이에 대한 대출 문의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면서 “이들은 대출 금리가 5%대까지 떨어진 만큼 금리 부담도 줄이고 대출기간도 10년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모기지론을 활용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B은행은 통상 89%대를 유지하던 대출기간 연장률이 지난 달에는 96~97%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불황으로 소득이 늘어나지 않다 보니 기존 빚을 갚지 못해 추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 상환기간을 늦추는 것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순수한 대출 증가는 일정하게 빌린 돈을 갚아나가면서 다시 신규 대출을 늘리는 모양새지만 요즘은 기존 빚 상환기간은 늘리고, 신용한도는 견딜 수 있는 한 최대로 늘려 대출을 받고 있다”며 “이는 1가구 다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매도하지 못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새 아파트의 잔금을 대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택관련 대출 수요 상당기간 지속 전망=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택 관련 대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통한 외상구매는 줄었지만 주택관련 대출이 늘면서 가구 당 빚이 6월 말 평균 2,994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2ㆍ4분기 가계신용 중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은 8조708억원이 증가해 전분기의 4조7,502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중 예금은행 대출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및 모기지론 수요로 6조3,253억원 증가했다.
부동산 및 금융업계에서는 10월 이후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만 5만~6만 가구의 신규 입주가 예정돼 있어 주택관련 대출 수요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두 달 추이를 놓고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가계신용이 위험 수위에 올랐다고 보긴 아직 어렵다”며 “하지만 주택가격 추이와 소득에 따라 주택담보에 부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