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교육" "교육의 정치화"… 시험대 선 학교

■ 6·4선거 이후… 진보교육감 돌풍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 가능성
정책조율 실패 땐 피해 학교로
벌써 "직선제 폐지" 목소리

6·4지방선거에서 진보 진영의 교육감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앞으로 교육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보수 정권의 기조와 상당히 다른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나라 교육이 시험대에 서게 됐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6·4지방선거 집계 결과 진보 진영은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가운데 13자리를 차지하는 파란을 연출하며 지난 2010년 선거(6곳)에 비해 배 이상 세를 불렸다.

이는 여야로 고르게 당선인을 낸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민심과는 매우 다른 결과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의 약진은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대약진하면서 보수 진영은 최대 승부처인 서울은 물론 텃밭인 부산·경남마저 내주는 오욕을 맛봐야 했다. 보수 진영이 승리한 경북·대구·울산 등 3곳도 현직 교육감의 프리미엄이 작용한 결과여서 사실상 보수 진영의 대참패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진보 약진의 배경으로 우선 보수 진영의 후보단일화 실패를 꼽고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교육감 후보자 수가 6~7명으로 난립하면서 대다수 지역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룬 진보 진영과는 달리 보수 진영의 표가 분산, 선거 참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세월호 이후 커진 '평등교육의 열망'과 선가 막판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일부 보수 진영의 진흙탕 싸움 등도 선거 결과에 전반적으로 반영됐다.

그러나 한걸음 더 들어가볼 때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변화 열망을 외면한 채 무사안일한 태도로 구태를 답습한 교육감 선거전 양상이 표심을 가르는 배경이 됐다는 진단이다. 보수 진영과 달리 진보 진영은 대다수 지역에서 후보단일화에 성공한데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 교육'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며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안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진보 진영의 승리가 교육 정책의 우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민선 2기 교육감 시대'의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전국 대다수 지역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돼 진보 성향 교육정책이 크게 힘을 받게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 경우 '상향 평준화'보다는 각 개인의 개성을 주목하는 '평등 교육'과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도 힘이 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학교 서열화가 엄연한 현실을 외면한 채 평등만을 강조하는 교육을 유지할 경우 학교 서열이 더욱 고착화되는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한 교육계 인사는 "무조건적인 평등은 사실상의 불평등"이라며 "외고와 과학고 등의 고교 서열화가 대학과 직업 선택의 수직화로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부모의 부가 학력으로 대물림되는 현상은 진보 교육감이 대거 등장한 후 되레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교육감들은 현 보수 정권의 교육정책과 사사건건 충돌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해 첫 예산부동의를 이룬 서울시교육청의 사례처럼 견제 기능인 광역의회와 교육감이 충돌할 경우 이 같은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학교 현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사실상 '정치권의 몫'이 된 교육을 교육 현장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전국 교직원 단체인 한국교총은 이날 논평에서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감의 자질 등 인물과 정책 대결보다는 진영 논리의 낡은 프레임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헌법 소원 등을 추진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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