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반도체社 쑥쑥 큰다

칩부문 주력… 시장점유율 10%로 확대유럽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은 31일 시장 조사업체인 가트너 데이터퀘스트의 자료를 인용, 유럽 반도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95년 7%에서 지난해에는 10%로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세계 10대 반도체 제조업체 중 유럽 기업의 숫자도 95년 1개에서 지난해에는 3개로 늘었다. 지난 95년 13위였던 프랑스-이탈리아계 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 3위로 올라섰으며 독일 인피니온과 네덜란드 필립스 역시 각각 9위와 10위를 차지했다. 유럽 업체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해 저널은 경쟁이 심한 개인용 컴퓨터(PC)용 반도체 생산에서 탈피, 다른 분야로 입지를 넓힌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ST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의 경우, 지난 3ㆍ4분기 통신ㆍ자동차ㆍ가전 부문이 전체 매출의 61%를 차지했다. 반면 PC 관련 매출은 22%를 기록하는 데 그쳤으며 그나마 프린터 용 칩 등 주변기기에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유럽계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 80년대 초 미국ㆍ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며 이 같은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컴퓨터 산업을 독점하고 일본 업체들이 소매가전 업계를 장악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 것. 이에 따라 유럽 업체들은 자동차ㆍ게임기ㆍ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유럽 업체의 이 같은 전략이 미래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의 애널리스트인 앤드류 노우드는 "이제 PC가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통신ㆍ자동차 등 유럽 업체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의 반도체 칩이 앞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ㆍ일본ㆍ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이 분야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일각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장순욱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