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정원 수사기록' 하드디스크 반복 삭제(종합)

안티포렌식 방식 증거인멸 시도…"개인차원서 벌인 일"

경찰 수뇌부의 '국가정보원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 서울지방경찰청 수사 관계자가 하드디스크에 데이터를 덮어씌우고 삭제하기를 반복하는 수법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26일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A경감은 이같은 '안티 포렌식' 기법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관용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티 포렌식이란 컴퓨터·IT정보 분석을 통해 범죄 정보를 찾아내고 복구하는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 기법에 대응해 디지털 흔적을 숨기거나 없애기 위해 동원하는 수법이다.

A경감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지난 20일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하기에 앞서 인터넷으로 안티 포렌식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자료 삭제를 시도했다.

검찰은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던 중 증거인멸 흔적을 포착하고 A경감을 두 차례 소환 조사했다.

당초에는 A경감이 '디가우징(degaussing)' 방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디가우징이란 강력한 자력으로 하드디스크의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는 기술로, 과거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증거 인멸을 위해 사용한 바 있다.

하지만 A경감은 전용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등 비교적 실행 방법이 복잡한 디가우징 수법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개인적으로 내려받은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프로그램 역시 디가우징과 마찬가지로 삭제한 파일 복구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한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디가우징을 했다면 조직적·적극적·고의적으로 증거를 없앴다는 의혹에 변명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그런 일은 확실히 없었고 조직 차원의 파일 삭제 지시나 개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A경감이 지운 수사 자료와 증거물들은 A경감의 컴퓨터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 컴퓨터에도 저장된 것들로 안다"며 "검찰이 수사를 통해 A경감의 파일 삭제 의도를 밝혀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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