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클릭] 해운 공룡 P3


국내 해운업계가 초비상이다. 유동성 위기에 몰려 알짜배기 자산마저 내파는 처지에 해운시장을 삼킬 공룡 출현을 앞두고 있어서다. 세계 1·2·3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이 오는 5월 출범시킬 동맹체제인 'P3(Project 3)'은 연못 속의 고래다. 하나씩 상대해도 버거운 마당에 톱3의 동맹에 대항한 길이 마땅치 않다. 37%인 이들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더 올라갈 전망이다.

△국제 해운시장에서 P3의 입김과 지위가 강해지면 국내 해운사들의 영향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지난해 매출 38.8조원으로 4년새 13조원이 줄어든 국내 상위 10개 해운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거대한 컨테이너와 벌크선을 보유한 P3가 가격 인하 전쟁에라도 나선다면 사실상 대응능력을 상실할 처지다. 그렇다면 공룡의 미래는 밝을까. 연못 속의 고래는 처음에는 강자로 군림하지만 일정시한이 지나면 먹을 거리가 없어져 굶어 죽기 십상이다.

△역사를 되짚어봐도 거대선사가 성공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20세기 초 세계에 군림하던 JP모건은 미국은 물론 영국의 대형선사를 사들이고 신흥강자로 부상한 독일과도 제휴를 맺어 1902년 10척의 상선을 보유한 IMM을 출범시켰으나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타이타닉 침몰로 그룹이 기울기 시작해 1904년에는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1차대전의 반짝 수요로 회생하는 듯싶었던 IMM은 다시금 '세계최대' 타이틀을 되찾지 못했다.

△두 달 뒤면 선보일 해운 공룡도 너무 비대해져 결국은 풍랑을 견디는 힘을 잃을까. 예전과는 다를 것 같다. P3의 배후에 위치한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래갈 수 있다. 덴마크 등 대형선사들이 수출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받는 보조금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중국도 2008년 이후 선단 구축에 53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해운에서도 돈이 세계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쩐과 규모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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