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27일 최종 합의안 도출… 쟁점은

사립 교원·언론인 포함 논란
금품수수 처벌 기준은 원안대로
이해당사자 직접청탁 허용 미지수
이해충돌 방지는 논의조차 못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에 대한 정부 및 여야 간 쟁점은 △적용범위 △금품수수 △부정청탁 △이해충돌 등 크게 네 가지다. 정무위는 23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제정안의 내용이 방대한 점을 감안해 주말 동안 물밑협상을 거쳐 오는 27일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김영란법 적용 어디까지=정무위는 지난달 25일 법안소위를 열어 김영란법을 처음으로 심사했지만 사립학교 및 일부 공영방송사를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현재 정부와 야당 의원들이 제출한 김영란법에는 적용 대상이 국회, 법원,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국·공립학교 등에 종사하는 '공직자'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가 지분을 100% 보유한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김영란법에 의해 규제를 받게 된다. 국·공립 학교도 마찬가지다.

반면 정부 지분이 70%에 불과한 문화방송(MBC)을 비롯해 정부 예산을 일부 지원 받는 연합뉴스 등은 제외된다. 정부 지분이 없는 사립학교 역시 배제된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이 같은 기준이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을 수용, 이날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사립학교와 민간 언론사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까지 논의 대상에 올리기로 했다.

만일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된 김영란법이 제정될 경우 공직자·교원·언론인 등 200만명 이상이 관련 규제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친·인척 등을 간접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과잉 규제'라는 문제제기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대체로 찬성 의견을 보인 야당 의원과 달리 여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날 오전에는 "여야가 잠정합의를 이뤘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가 오후 늦게 양측이 입장을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무위 법안소위원장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논리적으로는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게 맞지만 언론까지 포함시키는 게 맞는 것인지 제대로 판단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정부 쪽에 이 부분을 정리한 뒤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금품수수 처벌 기준 김영란법 원안대로=공직자의 금품수수에 대한 처벌 기준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2년 입법예고한 김영란법의 원안대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김영란법 원안에는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으나 정부의 내부심의를 거치면서 처벌규정이 완화된 채 국회에 제출됐다. 이에 대해 "법안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김영란법의 원안대로 처벌규정을 넣는 것에 잠정 합의했다. 다만 100만원 이하의 금품수수에 대한 처벌은 정부와 여야가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용태 의원은 "과태료를 부과하는 기준과 유형을 제대로 정리하는 문제가 남았다"고 설명했다.

◇부정청탁 처벌 범위·기준 놓고 이견=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제3자가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해당사자가 직접 청탁하는 것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일반적인 민원 제기까지 지나치게 규제하게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이해당사자가 직접 청탁을 한 행위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무위 소속 김기식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민들의 참정권이나 청원권이나 의사 표현 이런 부분들을 제한하지 않는 방향으로 여야 합의안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충돌 방지 부분 논의조차 못해=
정무위는 이날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직무수행 범위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예외 적용을 위한 제척·회피 조항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갖고 온 내용을 보면 허술한 부분이 너무 많다"며 "논리가 탄탄한 예외조항을 다음주까지 마련해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의 경우 임용 3년 전까지 이해관계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 직무를 제한하는 조항과 관련해서도 서로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업무 영역이 넓은 국무총리·국무위원 등에 대해서는 과거 이해관계에 관계없이 직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반해 김영주·이상민 새정치연합 의원이 제출한 안에는 예외 없이 모든 고위공직자를 규제 대상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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