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수없이 많은 이들이 언급했듯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발발은 최근 30여 년간 지속돼 온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와 한계를 스스로, 아주 극적으로 드러냈다.
때문에 이후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시대의 위기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글들을 우르르 쏟아냈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 겸 경제학자인 저자도 이에 가세한 듯 '이 시대 자본주의의 위기와 대안'이라는 부제를 달고 자본의 모순을 분석했다. 그러나 이 책이 분명 다른 점은 자본주의가 아닌 그 구조의 핵심적 동력인 자본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저자가 꼽은 첫 번째 자본의 모순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다.
예를 들어 주택의 교환가치는 주택을 사용하는 특권을 누리기 위해 구입 또는 임대하는 데 돈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진자본주의가 등장하고 투기적인 건설 관행이 불어닥치면서 교환가치는 기본적인 주택생산 비용 외 추가 비용을 필요로 하게 됐다. 하나는 초기 자본을 끌어온 투기적 건설업자가 결정해 덧붙인 이윤이고, 또 하나는 소유주로부터 토지를 획득하고 임대하는 비용이다. 즉 생산자가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를 확보하는 데 급급했다. 이것 말고도 주택구입 방식의 문제도 더해진다.
주택은 음식처럼 즉시 먹어버리는 게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소비하는 고가의 상품이라 선불로 한번에 구입하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 등 돈을 빌려 구매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를 "아주 기이한 거래방식"이라며 "5%의 이자로 10만 달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30년간 지불하는 총금액은 약 19만5,000달러이며, 따라서 실제로 채무자는 10만 달러 가치의 자산을 구입하기 위해 9만5,000달러의 추가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한다.
마치 집주인에게 내는 지대처럼 이자를 지불해가며 그 집의 교환가치를 확보하려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주택의 교환가치는 30년이나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이같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모순은 의료와 교육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저자는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화폐로 계산하는 것의 모순, 사적 전유와 공동의 부 사이에 비롯되는 모순 등을 기본 모순으로 꼽았고, '기술,노동,일회용인간' 등의 움직이는 모순과 '자본과 자연의 관계'를 포함한 위험한 모순으로 책을 나누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은 모순 속에 있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자본의 모순을 풀어내면 우리를 이렇게 병들게 한 경제 문제의 많은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다.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