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국내 커피시장의 규모는 3조7,000억원에 이른 반면 국내 차(茶)시장은 3,000억원대 규모로 커피시장의 약 8%에 불과하다. 게다가 녹차시장은 2004년 이후 2,500억원대에서 같은 기간 2,000억대로 감소했다.
한집 건너 한곳이 카페일 정도로 급성장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커피에 비해 차가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높은 수입관세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차를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외국산 차에 높은 관세를 물리고 있다. 하지만 세계 고급 차시장에서 우리 제품을 찾기는 어렵고 설상가상으로 국내에서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차(茶)의 관세는 국내 생산의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나 시장개방이 가속화되면서 국내에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억제하면서 되레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의 전통차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기회를 빼앗아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는 말이다.
높은 관세로 경쟁력ㆍ시장 뒷걸음
우리나라의 차 관세율은 일본(12~17%)ㆍ중국(13% 수준)에 비해 훨씬 높다. 홍차와 향을 첨가한 가향(加香)녹차의 기본관세율은 40%나 되고 관세당국에서 인정하는 추천이 없으면 가향녹차의 관세율은 무려 513.6%로 뛴다. 반면 커피의 관세는 생두(green been)와 생두를 볶은 로스팅 커피가 차이가 나는데 생두는 2%대, 로스팅 커피는 8%에 불과하다. 이같이 커피와 비교하면 차의 관세는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다.
차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혜택에서도 사실상 예외 품목이라 할 수 있다. 한ㆍ유럽연합(EU) FTA 체결 이후 블렌딩(차를 배합해 포장)한 곳이 유럽이라 할지라도 찻잎의 생산지가 유럽이 아니라면 관세인하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원산지를 판정할 때 기준인 ‘충분공정’항목을 적용한 탓이다.
홍차의 원산지는 오직 찻잎 생산국이 기준이지만 볶은 커피의 원산지는 생두 생산국, 로스팅 가공국 모두가 인정된다. 생두를 생산하지 않아도 커피 생두에 맛과 향을 더하는 로스팅이 커피 고유의 특성을 내는 충분공정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블렌딩 과정에서 향을 더했어도 차 원료를 단순하게 가공만 한 것으로 보는 시각은 커피에 비해 불공정하다. 차 블렌더의 전문성 등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차의 블렌딩은 차의 맛과 향을 더하는 과정으로 기후에 민감한 농작물을 상품화하는 전문기술로 상품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에 충분공정으로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세계시장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차 제품은 단일한 찻잎보다 블렌딩을 거친 제품이다.
독일ㆍ프랑스 등은 차를 재배하지 않지만 무관세로 생산지에서 찻잎을 수입ㆍ가공한 후 자신들만의 브랜드로 최고급 차 제품을 만들어 세계에 수출한다. 무관세 덕에 소비자들은 최고 수준의 품질을 쉽게 즐기고 더불어 차와 얽힌 문화를 꽃피우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차산업의 노하우가 축적돼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관세 낮춰 고급제품 수출강국으로
우리도 과도한 관세 보호막을 걷어낸다면 고부가가치 차 제품을 개발ㆍ수출할 수 있는 역량과 잠재력이 충분하다. 커피시장이 성숙기를 거쳐 포화기에 접어들어 앞으로 차시장의 성장 전망은 밝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최근 차 전문업체 티바나홀딩스를 약 6억2,000만달러에 인수하는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향후 5년간 커피뿐만 아니라 차 메뉴를 보강해 미주에서만 3,000개 이상의 신규 매장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차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언제나 예상보다 빠른 변화를 보이는 시장의 속성상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차산업에 대한 민관의 전략적 고민과 협조가 시급하다. 차산업의 미래를 위해 국내에서도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종합 티 브랜드를 준비하는 것이 어떨까. 고급 티 브랜드를 생산하는 경쟁력을 키운다면 전통차도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