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횡령 주식투자 증권사 배상책임 없다”

항소심서 1심 판결 뒤집어

회사 자금 관리 직원이 수입에 비해 거액을 투자하는 것을 금융기관이 알았더라도 횡령에 대한 배상책임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10부(부장 박철)는 보령메디앙스㈜가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금융기관의 일부 책임’을 인정한 1심을 뒤집고 모두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보령메디앙스에서 자금관리를 담당하던 김모씨는 2002∼2003년 회사 자금 중 각각 56억원과 19억5,000만원을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에 개설된 자신의 주식거래 계좌로 이체, 횡령해 주식거래를 하다가 대부분을 잃게 됐다. 결국 꼬리가 잡힌 김씨는 처벌을 받았지만 보령메디앙스는 피해액의 일부밖에 회수하지 못했고, 이에 “김씨가 횡령한 돈으로 투자한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하는 등 법에 정해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모두 54억원을 배상하라고 두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보령메디앙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회사에 알려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었는데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증권사에 30∼4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 직업과 수입에 비춰 거액이 여러 차례 입금됐다는 점만으로 범죄행위를 인지했거나 의심할만한 합리적 사정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1심을 뒤집었다. 이어 “인터넷 뱅킹 등 직원을 거치지 않는 다양한 거래 내역을 파악하기에는 많은 시간ㆍ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거래 수수료는 소액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일단 적법하게 개설된 계좌에 대해 금융기관이 범죄수익이 입출금되는지 감시할 일반적 주의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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