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풀리는 돈 감소 추세 '뚜렷'

콜금리인상등 효과…7월 광의유동성 증가액 6개월만에 최저
자산가격 하락·한계기업 자금난등 대비해야


시중에 풀리는 돈 감소 추세 '뚜렷' 7월 광의유동성 증가액 6개월來 최저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시중에 지나치게 많이 풀린 과잉 유동성의 축소가 시작되고 있다. 정부의 은행권에 대한 대출 규제, 외화차입 제한 등에다 콜금리 인상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시중 유동성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인 신용경색의 여파로 신흥시장의 투자매력도 줄면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과잉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신(新)긴축시대'가 열리고 있는 만큼 과잉 유동성 축소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 한계기업의 자금난, 가계파산 위험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광의유동성 동향(L)'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광의유동성 잔액(잠정)은 1,951조4,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1조7,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월의 205억원 감소 이후 6개월 만의 최저 증가규모에 해당한다. 올해 월별 광의유동성 증가 규모가 4월 13조9,000억원, 5월 25조3,000억원, 6월 35조원 등이었던 데 비하면 7월은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증가율은 12.1%로 전월보다 0.6%포인트 둔화됐다. 이 같은 유동성 증가세 둔화는 일단 6월에 지나치게 돈이 많이 풀린 데 따른 반사효과 때문이다. 6월에는 반기말일인 30일이 휴무일이어서 결제성 자금이 대거 집중됐고 공모주 청약으로 자금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일회성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7월 유동성 증가세는 크게 둔화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경제규모가 커지는 만큼 유동성 잔액 자체가 줄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과잉 유동성 축소 흐름은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및 중소기업대출 억제, 지급준비율 인상, 총액대출한도 감축, 콜금리 인상, 외화차입 억제 등 정부와 한은의 강도 높은 유동성 흡수조치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시장이 막힌데다 콜금리 인상과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경쟁 자제에 따라 주로 은행 대출로 구성된 금융기관이 제공한 유동성(Lf) 잔액은 1,607조4,000억원으로 월중 1조5,000억원(0.1%) 줄었다. 전달에는 무려 27조원(1.7%)이나 늘어났었다. 금융상품별 동향을 살펴보면 현금 및 요구불예금이 6월의 1조9,000억원 증가에서 7월 2조4,000억원 감소로 돌아섰고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도 7조7,000억원 증가에서 7조4,000억원 감소로 급반전했다. 더구나 두 달 연속 콜금리 인상, 외화차입 규제 등이 반영되는 8월 이후에는 유동성 증가세 둔화 흐름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8월10일부터 외화차입을 실수요 목적으로 제한하면서 해외로부터의 유동성 유입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7월 말부터 단기 해외차입이 줄기 시작했다"며 "8월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장에다 해외차입 규제조치까지 시행되면서 더 둔화됐다"고 말했다. 반면 전세계인 신용경색의 여파로 외국인들은 돈을 해외로 빼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의 순매도액은 8월 이후에만도 8조7,583억원(3일 현재)에 이른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보다 한은의 긴축 의지가 더 확고한 만큼 이 같은 신긴축시대에 적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가능성,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 전세계적인 신용경색과 맞물릴 경우 과잉 유동성 감소는 금리상승으로 이어져 저금리로 연명해온 가계나 중소기업의 파산 위험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증시 등 자산시장의 조정 압력이 커지고 자금흐름이 빨라질 것"이라며 "부분적인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금리인상으로 한계기업은 자금난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가 확산되고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이 나타나면 외환ㆍ자금시장이 급변동할 것"이라며 "정부의 실물정책과 금리정책 간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광의유동성=협의통화(M1, 현금+결제성 예금)에 정기예금, 적금, 시장형 금융상품, 금융기관 예치금, 정부와 기업 등에서 발행한 채권 등 유동성 상품을 모두 합친 것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통화와 금융기관 현금성 자산 등을 포함하는 가장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로 쓰인다. 입력시간 : 2007/09/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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