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에게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이주열 전 부총재를 3일 내정했다. 우리는 이 결정을 환영한다. 한은 출신으로 조사와 기획·대외협력 업무를 맡았던 경험으로 내부사정에 밝은데다 특유의 강단도 있어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제대로 지켜나갈 인물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차기 한은 총재 내정이 다소 늦은 감이 있는 만큼 청와대와 국회는 후속절차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 내정자는 사상 처음으로 적용될 한은 총재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 2012년 신고재산이 14억3,571만원이라는 점에서 청문절차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가 빨리 열릴 경우 이 내정자는 다음달부터 25대 한은총재의 임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에서는 이 내정자에 대한 기대가 큰 모양이다. 내부 출신이라는 점도 그렇거니와 필요할 때 할 말을 하는 스타일에 비춰 한은이 정부에 끌려다니는 모습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이 내정자가 2년 전 한은을 떠나면서 남긴 이임식 발언을 기억한다. "그간의 개혁으로 우리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가를 냉철하게 짚어볼 때가 됐다. 리더와 구성원이 조직의 가치를 공유해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변화가 모색되길 바란다"는 이임사는 지금도 유효하다. 한은 안팎이 공감할 수 있는 개혁을 지속하며 다소 회복국면을 보이는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데 한은이 제 역할을 다하는 길이 바로 이임식 발언에 있다고 믿는다.

다만 걱정되는 대목도 없지 않다. 이 내정자는 지난해 말 한 일간지 기고를 통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강조한 바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지만 한은의 존재가치는 통화가치와 물가안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일각에서 '예스맨'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내정자는 조사국장 재직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소신 있게 비판하던 자세로 총재직을 수행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