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당국에서 저출산 정책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저출산 정책 국제세미나 '한국과 유럽의 경험을 중심으로'에서 강민규 보건복지가족부 고령사회정책과장은 "저출산에 따른 영향은 20년, 30년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지금 당장 시급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과장은 "지금 들이는 비용을 선제적 투자로 보면 비용 대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프랑스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3.8%를 가족정책에 쓰면서 출산율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줄리앙 다몽 파리정치대 교수 역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사회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다몽 교수는 "가족정책에 들이는 비용은 미래를 위한 투자, 국가의 성장을 위한 투자"라며 "돈을 많이 쓴다고 아이 수가 바로 늘어나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몽 교수는 "한국은 혼외 임신, 동거 가정, 한부모 가정이 많지 않지만 유럽 국가에서는 출산율이 올라가는 데 있어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며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한편 랠프 제이콥 EU 인구통계분석국장은 "평균 수명 증가로 고령화는 필연적이지만 노인 부양에 따른 부담도 그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정책 입안자는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출산율을 늘리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콥 국장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민을 늘리는 등 인구 트렌드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