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문을 연 현대백화점 킨텍스점에는 새로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9층의 문화센터에는 강좌를 들으러 왔거나 수강 문의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박광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장은 "킨텍스점은 생활문화 백화점을 지향, 일반 점포보다 30% 더 많은 500여개의 문화강좌를 열었다"며 "오픈 전에 모집한 회원만 1,300명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들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문화시설 확충에 힘쓰고 있다. 최근 잇달아 오픈한 신규 점포에 관련 시설을 최대 규모로 마련하고 운영 프로그램도 강화하는 등의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문화센터 외에도 현대백화점 킨텍스점은 국내 백화점 중 최대 객석의 문화홀을 갖췄다. 총 면적 990㎡에 580석을 갖춘 '토파즈홀'은 소리가 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천장과 벽면을 흡음(吸音)처리했고 천장 높이도 6.8m로 기존 문화홀 보다 20% 더 높였다. 여기에 전점 최초로 스타급 공연자를 위한 VIP용 분장실을 만들었고 출연자 전용 화장실과 샤워실도 갖춰 전문 공연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도록 꾸몄다.
고객들 사이의 자발적인 문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미 오픈 전에 만들어진 등산과 사진 등 45개의 고객 동호회 회원 1,200여명을 위해 킨텍스점 7층에는 별도의 동호회라운지 공간을 마련했다.
25일 선보인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아쿠아몰은 아예 '문화매장'으로 꾸몄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본관에는 쇼핑시설만 들여온 반면 아쿠아몰에는 이 지역 롯데백화점 4개 점포 중 최대 규모인 문화홀과 문화센터, 갤러리를 입점시킨 것. 백화점측은 "문화홀의 경우 1,157㎡ 넓이에 예술의 전당과 오페라하우스에서 사용하는 독일제 D&B 음향시스템과 극장용 500인치 스크린을 설치해 전문 공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백화점들이 문화시설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단골고객'을 만드는데 문화콘텐츠 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7월 현대백화점 전점에서 문화홀을 1번 이상 이용한 고객의 구매횟수는 43회로 고객 전체 평균 보다 3.7배 높았다. 구매금액은 평균 대비 무려 6.3배나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적인 섹소폰 거장인 '케니지'의 단독 콘서트를 여는 등 문화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도 매출 상위 20% 고객들 가운데 문화홀 이용고객의 비중이 본점에서 68%, 센텀시티점에서는 66%에 이를 정도로 구매력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 아카데미(문화센터) 수강 고객의 객단가 역시 일반 고객의 2.8배에 달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강좌를 듣기 위해 일주일에 한 두번은 항상 매장을 찾는 만큼 대부분의 문화센터 회원들은 단골 성향이 높다"고 말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마케팅팀장은 "그간 국내 백화점들은 명품 유치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왔지만 웬만한 브랜드는 모두 갖춘 만큼 차별성이 많이 희석된 상황"이라며 "새로운 차별화 전략에 따라 백화점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