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인 박태규(71)씨의 구명 로비와 관련해 유명 기업인도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박씨가 캐나다에서 귀국하기 전 자주 통화한 인사 가운데는 정치권과 정부기관 인사는 물론 유명 기업인도 포함돼 있다”면서 “박씨가 통화한 인사 가운데 부산저축은행 로비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5~6명을 우선 소환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초 캐나다로 출국해 5개월 동안 도피생활을 하다가 지난 28일 자진 귀국한 박씨를 체포해 조사를 벌인 후 대부분 혐의사실을 확인, 3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은행의 퇴출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구명에 힘써 달라"는 청탁과 함께 1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이날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포기해 법원은 서류 심사만을 통해 구속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씨가 해외 도피 중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거래를 제의했지만 일축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박씨가 지난 4~5월쯤 내가 잘 아는 사람을 통해 ‘귀국을 해서 내년 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며 자신을 도와 달라는 취지의 제의를 했다”면서 “박씨의 말을 믿을 수 없어 ‘무조건 귀국해서 사실대로 밝히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