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처음으로 미술 공모전을 연다. 한은이 지금까지 미술작품을 비정기적으로 산 적은 있지만,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미술 공모전을 벌이긴 이번이 처음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개인적으로도 그림을 소장할 만큼 미술에 관심이 높아 이번 공모전의 정례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오는 12일 창립 63주년 기념으로 벌이는 신진작가 공모전의 참가 신청을 다음달 22일부터 8월 16일까지 접수한다고 10일 밝혔다. 모집 부문은 회화, 사진, 판화 등 평면 예술작품이며 학생이나 갤러리 소속 작가를 제외한 만 40세 이하 작가라면 응모할 수 있다. 소정의 심사를 거쳐 선정하는 5명 이내의 작가에 대해선 한은 화폐박물관 2층 한은갤러리에서 공동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해줄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유망 신진작가를 지원하고 국민에게 다양한 미술품 관람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공모전을 연다”며 “선정된 작가의 일부 작품은 구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정부정책에 따라 1950년대부터 미술작품을 비정기적으로 매입해왔다. 현재 한은이 보유한 미술품은 총 1,347점으로, 지난해 감정평가 결과 평가액은 총 57억9,461억원이다. 규모로는 박물관 급이어서 한은 소장품을 빼놓고는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가운데 시장가치가 높은 A급 작품은 256점으로, 청전 이상범의 ‘야산귀로’와‘산천한설’, 김인승의 ‘봄의 가락’, 도상봉의 ‘성균관풍경’ 등은 1억 원 넘는 고가로 알려졌다. A급이 될 잠재가치가 있는 B급은 286점, 거래는 되지만 가치가 오르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는 C급은 281점, 아마추어 작가ㆍ지역화단의 작품이 대부분인 D급은 524점이다.
하지만 매입 후 활용률은 다소 떨어졌다. 한은 본점의 화폐박물관 일부 공간에 내놓는 경우가 있지만 한 번에 수십 점에 그쳤고,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과 대대적인 전시도 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나마 김 총재 취임 이후엔 순환배치 빈도 수를 높여 행내 공공장소에 공개하는 작품 수를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