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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와 왼손 투수 김광현(26)이 200만달러(약 21억9,000만원) 이적료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존심보다는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좇은 결정이다. 구단은 사실상 손해를 감수하며 선수의 꿈을 존중해줬다.
SK 구단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김광현 영입 의사를 밝힌 메이저리그 구단의 최고 응찰액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12일 발표했다. SK는 전날 메이저리그 구단이 김광현을 데려가는 대가로 자신들에게 주는 돈인 응찰액이 얼마인지를 통보 받았지만 기대보다 너무 적어 회의를 거듭했다. 최소 500만달러는 생각했던 것으로 보여 고민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SK는 하루 만에 "내부 회의와 선수와의 면담을 통해 김광현의 오랜 꿈을 후원해주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포스팅 결과 수용을 결정했다"며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최종 결정될 때까지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가 거부하면 김광현의 미국행 통로는 닫히는 상황이었다.
아직 200만달러를 써낸 구단이 어디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류현진의 소속팀인 LA 다저스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라 입단이 확정되고 김광현이 빨리 자리를 잡을 경우 류현진과의 맞대결도 성사될 수 있다. 류현진은 2,573만달러의 높은 이적료로 다저스에 입성했다. 올 시즌 77승85패로 서부지구 3위에 그친 샌디에이고는 전통적으로 마운드가 강하다. 홈구장 펫코파크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며 대런 볼슬리 투수코치는 투수 조련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물론 아직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연봉 협상이 남아있다. 김광현 측은 샌디에이고와 한 달 기한을 두고 연봉과 각종 처우를 조율한다. 여기서 합의에 이르러야 공식 입단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김광현은 지난 2009년 롯데 소속이던 최향남(101달러·세인트루이스), 2012년 류현진에 이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한국프로야구에서 미국프로야구로 직행하는 세 번째 선수가 된다. 김광현은 구단을 통해 "포스팅 결과를 수용해준 구단과 김용희 감독님을 비롯한 SK 선수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어렸을 때 꿈꾸던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 만큼 기회를 잘 살려 실력으로 검증 받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신인 같은 마음으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