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4시20분 인천공항 입국 검사장. 30여명의 공항세관 검사관들이 호주 시드니발 항공편을 타고 온 300여명 승객의 짐을 일제히 검사하고 있다. 8군데의 검사대마다 입국면세 한도인 미화 400달러 이상의 물품 소지자가 적발됐다. A씨(42ㆍ여)의 가방에선 개당 150달러에 달하는 양모이불이 5개 나왔고, B씨(51)는 한병에 200달러 이상인 스쿠알렌이 10병이나 발견됐다. 또 몇몇 승객들은 1인당 150그램까지 반입 한도인 녹용을 400~1,000그램씩 몰래 들여오다 적발됐다. 1시간 넘게 진행된 검사 결과 전체 승객 10분의 1이상인 30여명이 면세범위 초과 반입자로 걸렸다.
검사를 지휘한 휴대품검사관실의 신경철 과장은 “휴가철을 맞아 면세 범위 초과물품 적발이 잇따르고 있다”며 “무분별한 과소비성 해외여행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호화 사치품 반입 증가=올 상반기(1~5월) 사스 등의 영향으로 입출국 여행자수는 급감했지만 여행수지 적자는 17억 달러로 전년대비 36% 증가했다. 적자증가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골프여행객(4만9,433명)은 상반기 지난해보다 20% 늘어났으며, 명품ㆍ사치품 등 고가물품 반입도 급증했다. 카메라(3,427건)의 경우 무려 92% 증가했고, 고급의류(44.3%)ㆍ고급시계(17.3%)ㆍ주류(12.4%)ㆍ핸드백(8.4%) 등도 마찬가지.
특히 해외보석박람회 참가자의 보석류 과다반입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5~6월 홍콩ㆍLAㆍ고베 보석박람회 등 8개 국제 보석박람회 여행자는 진주ㆍ루비ㆍ사파이어 등 40만달러(80건) 상당의 보석류를 들여왔다. 적발건수가 일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반입 규모는 엄청난 것으로 추정된다. 7~8월에도 프랑크푸르트 보석박람회 등 7개의 국제박람회가 열려 과다반입이 우려된다고 공항세관측은 밝혔다.
◇휴가철동안 휴대품 집중 단속키로=이처럼 일부 여행자들의 무분별한 고가품 반입이 증가 추세를 보이자 세관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범위인 400달러 규정을 숙지하지 못하고 초과 반입하고 있어 해외여행자에 대한 휴대품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주요 검사대상자는
▲고가의 물품(금괴ㆍ전자제품ㆍ카메라ㆍ명품ㆍ건강보조식품)이 주로 유치되는 항공편의 출발지역
▲해외 귀금속 등 박람회기간 전후로 개최지 및 인근지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탑승한 여행자 전원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가방 전면 개장 검사 등 일제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해외여행자 휴대품검사 강화는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우선적으로 여름 휴가철기간인 7.21~8.20까지 집중 운영된다.
◇입국 면세 한도인 400달러 지켜야=여행자는 입국시 면세범위가 400달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출국시 면세점 구입 한도인 2,000달러와는 분명한 차이다. 면세범위 초과 분에 대해서는 물품에 따라 20~55%까지 관세가 부과되며, 초과물품을 세관신고 없이 반입하면 30%의 가산세는 물론 관세법에 의거해 처벌 받을 수도 있다.
현지가이드가 “한국 정부가 특정 국가와 건강보조식품, 녹용 등에 대한 협약을 맺어 100만원 가량 초과 물품을 면세해 준다” “쇼핑 중 돈이 없는 경우 구입대금은 현금차용증을 받고 국내에서 입금 받아 외상으로 팔 수 있다” “세관 통과시 문제가 없고, 문제가 생기면 여행사에서 세금을 대신 내주겠다”등의 거짓말로 물품을 강매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세관측은 강조했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