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는 저성장 질곡 방관하겠다는 건가

공약 도그마에 빠진 경제정책 운용

새 정부의 첫 경제정책 방향에서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2.3%라는 성장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제시한 3%에 비한다면 충격적인 하향 조정이다. 거품을 걷어낸 것은 일단 전향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불과 몇개월 만에 왜 이리 큰 격차가 나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엄중한 경제상황을 제대로 직시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새 경제팀은 추경을 포함한 몇 가지 단기 정책대응 카드를 동원해 성장률을 내심 2% 중반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을 가졌다.

위중한 경제상황을 정확히 인식했다면 그에 걸맞은 전략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처방을 제외하곤 거시정책 기조는 안이하다 못해 공허 하기까지 하다. 정부는 4대 정책과제로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 경제민주화, 대내외 리스크 관리강화를 꼽았다. 저성장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고서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민생안정을 도모할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고용친화형으로 바꾸겠다는 것도 막연하기만 하다. 고착화 조짐을 보이는 저성장 기조를 방관하겠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저성장 위기국면에서도 정책기조가 이처럼 꼬이게 된 것은 공약 이행의 도그마에 빠진 결과다. 정부조차 올해 재정수입 13조원 부족할 것이라고 시인하는 판국에 135조원의 공약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무리하다 못해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성장의 고용증대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성장 없는 일자리 창출은 사상누각이다.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만든다. 민간투자 증대와 내수활성화 대책이 긴요한 연유다. 그런데도 경제민주화도 해야 하고 골목상권도 보호해야 하니 정책의 큰 그림부터 엉키고 마는 것이다.

경제성장에서 정부의 기여도는 20% 정도다. 작은 비중은 아니지만 민간 부문의 활력이 증대돼야만 경제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 그렇다면 새 정부가 경제정책 운용의 주안점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기업활력 증대 없이는 일자리도 복지도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