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대안이다] <1> 증시의 볼륨을 키워라

덩치 키워야 외국인에 안 휘둘린다
세계10위 경제불구 시가총액등 홍콩·대만에도 뒤져
기업들은 증자않고 자사주매입, 되레 유통물량 줄여
우량기업 상장·주식파생상품 육성등 공급확대 시급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시장의 규모는 물론 시가총액에서도 미국ㆍ일본에 비해 턱없이 작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홍콩은 물론 대만에도 뒤진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고 국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기 위해서는 볼륨(Volume)을 더 키우고 우량주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함을 반증한다. 이는 간접투자의 확대, 기업연금 도입 등 늘어나는 주식수요를 충족시키는 방안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에게 한국시장은 조금만 건드려도 출렁이는 시장”이라며 “시장 규모를 키우고 안정성을 높여야 투기자금이 산업자본화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최근 수년간 주요 기업 증자 없어= 최근 주식시장은 우량주에 목 말라 하고 있다. 펀드 등을 통해 밀려오는 자금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소위 ‘블루칩’들은 물량을 공급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유통물량을 줄여놓고 있다. 국내 최고 우량주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지난 99년 이후 단 한번도 증자를 실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간 2조~4조원을 투입, 자사주를 매입함으로써 유통 가능한 삼성전자 주식을 더욱 줄여놓고 있다.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5조7,888억원에 달했던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유상증자 규모는 지난해 4조5,264억원으로 1조5,000억원 이상 줄었고 올 상반기에는 1조2,309억원에 그쳤다. 이에 비해 상장기업들은 올 상반기에만 3조5,289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증시에서 돈을 조달해 사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경영권 안정 등을 위해 돈을 쏟아 붙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STX팬오션 등 국내 상장을 통해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들도 국내 증시보다 해외증시에 상장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시장규모 경쟁국 비해 턱없이 적어= 경제규모 대비 증권시장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자본화율(시가총액/GDP)도 57%(2003년말 현재)에 그쳐 미국 107%, 일본 74%, 홍콩 484%에 비해 크게 낮다. 이는 경제규모에 걸 맞는 주식시장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협소한 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적정한 볼륨을 형성하지 못함에 따라 외국인들에게 ‘규모가 작은 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외국인들로 하여금 시장을 마음 놓고 휘저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4배에 그쳐 미국의 20배, 일본 26배, 홍콩 16.1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이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글로벌 우량기업들도 경쟁 외국기업들에 비해 평가절하 상태를 지속하는 것도 이러한 시장구조가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시장은 현물 뿐 아니라 현물과 선물 결합 등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천국”이라며 “현물을 조금만 사들이면 지수가 오르고 이 틈을 타 선물거래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이른 바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볼륨을 키워야 외국인들의 ‘장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량주 공급 통해 덩치 키워야= 세계 10위권에 이른 한국경제 규모에 걸 맞는 주식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선 ▦공기업의 추가상장 ▦생명보험사 등 우량기업의 상장 ▦대기업계열 비상장 법인의 공개 ▦주식관련 파생상품 육성 등을 통한 공급확대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함께 중국기업 등 해외 기업들의 국내 유치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될 과제로 꼽힌다. 우량주의 공급확대는 시중 부동자금의 산업자본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또 기금관리 기본법의 개정으로 기금의 주식투자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올해 말 기업연금이 도입되면 약 24조에서 28조원의 달하는 신규주식 투자수요가 발생하는 데 이를 충족하기위해서도 시장의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은 “시중 부동자금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곳은 현재로선 증시밖에 없다”며 “유동주식이 부족한 현 상태로선 이 수요를 충당할 수 없는 만큼 우량주 공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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