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구의 빈곤층 비율은 '10가구중 1가구'꼴. 그렇다면 이들이 빈곤층에서 벗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김병일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8일 '빈곤의 정의와 규모’ 논문에서 빈곤 탈출률이 6%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단 빈곤층에 진입하면 그 지속성이 매우 심각해 빈곤의 함정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빈곤층에 비해 최상위층의 교육비 지출이 10배 달하는 등 교육에서 비롯되는 '빈곤의 세습'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월급쟁이 빈곤율이 자영업자보다 높다
김병일 교수는 취약계층에 대한 정의를 소득 규모가 아닌 소비지출 규모에 의존했다. 이 경우 재밌는 현상이 발견된다.
우선 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10.1%였던 빈곤가구 비중은 지출을 기준을 적용하면 8.4%로 다소 낮아진다. 소득은 일시적 요인이 반영되지만 지출은 상당기간 유지되는 성격을 갖기 때문. 다만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의 120%미만)까지 포함할 경우에는 소득기준 14.9%, 소비지출 기준 15.7%가 빈곤층으로 분류돼 하위 계층의 비중이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또 소득기준으로 임금근로자(4.2%)의 빈곤율이 자영업자(6.1%)보다 낮지만 소비기준으로는 임금근로자(5.3%), 자영업자(3.5%)로 역전된다.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현실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빈곤의 세습은 '교육'에서 출발
빈곤선 미만에 속한 가구들의 교육비 지출 비중은 12%에도 못미친 반면 소비지출 7분위에 속한 가구들의 비중은 19%로 1.6배 이상이다. 상위 분위로 갈수록 지출 규모가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교육비 격차는 더 증가한다.
실제 각 지출분위별로 평균 교육비 지출액을 보면 빈곤선 미만은 월10만원도 못 쓰는 반면 최상위 10%는 월 100만원 이상을 지출, 10배차가 난다. 자녀 1인당 교육비도 7배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김병일 교수는 "고소득층 자녀의 경우 빈곤층 자녀에 비해 7배 높은 비용지출을 통해 더 높은 인적자본을 축적하게 되는 셈"이라며 "빈곤이 교육 효과를 통해 세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상급학교로 갈수록 분위별 교육비 지출액 격차가 커지는 현상을 보여 눈길을 끈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교육비 지출 비율은 고등학교(8.7배)가 가장 높고 중학교(8.0배) 초등학생(6.0배) 순이었다. 전문대 이상의 지출 비율 격차는 줄지만 대학생 자녀수 비율이 상위 20%가 0.40명인데 비해 하위 20%는 0.08명에 불과했다.
◇빈곤 탈출률 6%
소득기준으로 추정된 빈곤 탈출률은 67.5%로 매우 높은 편. 그러나 이중 24%는 차상위 계층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빈곤탈출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실제 탈출률은 절반 수준이 된다.
소비지출을 기준으로 하면 탈출률은 45.2%로 더 떨어진다. 이중 차상위 계층으로 이동하는 비중이 48.9%여서 진정한 빈곤 탈출율 23.1%에 불과하다.
차상위층에서 빈곤으로 진입하는 비중이 20%에 이르고 차상위층 이상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가구도 2.5%에 달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김병일 교수는 "여러 모형을 토대로 추정할 때 빈곤탈출률은 27.8%로 하락하는데 이중 77.7%가 차상위 계층으로 이동하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차상위층 이상으로의 탈출률은 6.2%에 불과하다"며 "빈곤의 함정효과, 지속성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