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27일 전략대화… '김정일 사후 한반도' 소통 나설듯

[北 '김정은 시대'] ■ 金사망후 양국 첫 공식접촉
中 외교2인자 장즈쥔 수석대표 참석 예정
남북한 관련 中입장 들을수 있는 기회
삐걱거리던 양국 관계 정리될지도 관심

김정일 사후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을 급거 방문했던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3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한국과 중국이 다음주 중 서울에서 고위급 전략대화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중 양국 사이에 처음 열리는 고위급 대화라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변화에 대한 의견조율이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또 이번 전략대화에서 김 위원장 사후 삐걱거리던 한중관계가 단지 '소통 방식의 차이에 따른 해프닝'으로 정리될지, 이명박 정부 이후 소원했던 관계가 그대로 반영될지도 주목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전략대화는 최종 일정을 조정 중이고 다음주에 있을 것"이라며 "오는 27일이나 28일 중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양국이 고위급 전략대화를 한다면 김 위원장 사후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대화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중국에서는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양국 외교부의 지역국ㆍ기능국 관계자들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전략대화는 김 위원장 사후 양국이 공식적으로 만나는 첫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2일 중국을 방문해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했지만 고위급 당국자 간 만남은 처음이다. 중국 측 참석자로는 수석대표인 장 상무부부장 외에는 아직 세부적으로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의 2인자로 꼽히는 장 부부장은 중국 공산당 대외협력부 부부장을 9년 이나 재임한 핵심 당 간부 출신으로 30여년간 대미관계와 대미 정책연구를 담당해온 '미국통'이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태국ㆍ베트남 순방을 수행할 정도로 차기 중국 지도부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그런 만큼 남북한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기회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략대화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이 포괄적으로 논의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논의할 수 있을 정도로 각 대표단이 반영돼 구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핵 6자회담을 다루는) 지역국도 포함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여 전망했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인 셈이다. 양국 간 고위급 전략대화는 지난 2008년 처음 개최된 이래 매년 열려 이번이 네 번째다. 한중 양국은 이 자리에서 각자 자국의 현안뿐 아니라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등 다양한 주제를 이 자리에서 다뤘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그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초 이번에 열릴 전략대화는 이달 중순 단속 과정에서 우리 해경이 피살되는 등 큰 마찰이 발생했던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문제가 큰 의제였다. 이 때문에 전략대화 자체가 잠정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당시 한 외교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정국 변화로 양측이 차관급 대화 일정을 잡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언제 열린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한반도 정세 변화가 전략대화의 필요성을 끌어올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략대화는 국내외에서 한중관계의 악화를 지적하는 것을 의식한 조치로도 해석할 수 있다. 양국 관계는 김 위원장 사후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사흘 넘도록 전화통화를 하지 못하는 등 삐걱거리는 모습을 노출해왔다. '전략적 동반자'라는 관계 설정에 어울리지 않는다. 일단 우리 정부는 이런 모습이 소통의 방식이 차이가 난 탓이라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정부는 이번 전략대화에서 중국과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정부는 "중국이 다른 국가와 소통하는 관행이 다를 뿐 소통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최근 양국 간 문제를 애써 진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정일 사후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을 급거 방문했던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3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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