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시에서 친아버지가 생후 4개월 된 딸을 수차례 폭행해 두개골 골절상을 입힌 사실이 드러났다.
아버지에게 폭행당한 젖먹이 딸은 심각한 뇌 손상으로 발달 장애가 의심되고 있다.
사건을 벌인 친아버지 L(29)씨는 연상의 아내 A(33)씨에 대한 불만이 쌓이자 딸에게 분풀이한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경악게 하고 있다.
비극의 시작은 3년 전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내 A씨는 치매를 앓는 아버지의 병간호로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동호회 모임에서 L씨를 만났다.
이들은 그해 7월 결혼해 이듬해인 2012년 1월 아들(3)까지 얻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A씨는 친정아버지의 병간호와 육아에 지쳐갔고, 남편과의 다툼도 잦아졌다.
하루가 멀다고 다투던 이들 부부 사이에서 지난해 12월 둘째 딸이 태어나면서 이들의 관계는 회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진짜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엄마에게서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는 큰아들 때문에 A씨는 출산 일주일 만에 산후조리원을 나왔다. 자연스럽게 젖먹이 둘째 딸은 남편 L씨가 돌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가 지난 1월 초부터 친정아버지의 병간호 등으로 A씨가 외출한 날이면 둘째 딸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생후 20일 된 딸의 얼굴에 손톱자국과 같은 상처가 생기는가 하면, 생후 2∼3개월째에는 머리에 멍 자국이 수차례 발견됐다.
내심 남편을 강하게 의심했지만 “그래도 친아빠인데…설마” 하는 마음에 의심을 거둬들였다.
급기야 지난 4월 10일께 친정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집을 비운 사이 딸의 머리에 어른 주먹 크기의 혹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그로부터 닷새 뒤인 15일 분유를 먹던 딸이 갑자기 ‘심정지’가 돼 응급실에 옮겨져 심폐소생술 끝에 겨우 소생했다. 그나마 신속한 응급조치가 이뤄진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젖먹이 딸이 두개골 골절상이라는 병원 검사 결과가 나오자 A씨와 가족들은 남편을 추궁했다.
그 결과 A씨는 남편의 입에서 ‘딸의 얼굴에 난 상처는 자신이 한 것이며, 딸아이를 떨어뜨려 머리를 다치게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됐다.
결국, A씨는 아동복지 전문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아 남편을 지난 5월 경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강원지방경찰청 성폭력 특별수사대는 2개월간의 수사 끝에 남편이 딸을 떨어뜨리거나 때려서 다치게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L씨에 대해 상해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담당 경찰은 “아내에 대한 불만과 부부간 다툼의 화풀이를 젖먹이 딸에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아동이 뇌손상으로 발달 장애가 의심되는 등 추후 경과를 지켜보고서 검찰과 협의해 ‘중상해’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