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한 '중국 관광의 해(中國旅游年)'다. 그는 지난 1월 서울에서 열린 개막식 행사에 신라 시대 최치원 선생을 인용한 축사를 보내 양국의 발전을 축하했다. 중국으로 관광객을 더 많이 보내달라는 의미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 박근혜 대통령과 올해를 '중국 관광의 해', 내년을 '한국 관광의 해'로 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웃 한국과의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함께 한국인 관광객을 활용해 자국의 관광산업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크다. 우리가 중국인 관광객(游客ㆍ유커)에 대해 주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이 관광산업 진흥을 생각할 경우 가장 신경 써야 할 대상은 한국이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 2,636만명 가운데 한국인이 418만명으로 국가별로 1위였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5.4%나 됐다. 이는 2위 일본(271만명·5.6% 감소), 3위 미국(209만명·0.4% 증가) 등에 비해서도 월등하다.
한중 수교 이후 폭발적이었던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최근 다소 가라앉았다.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숫자는 2007년 478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 319만명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됐지만 7년째 400만명 언저리에 머물러 있었다.
올해는 좋은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각종 행사가 진행되면서 한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올 들어 1~4월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의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율은 12.8%로 5년 만의 최고치다. 일본인들이 같은 기간 9%나 감소한 것과 확연히 대비됐다. 더욱이 하나투어에 따르면 이 여행사를 이용해 5월 한 달 중국으로 출국한 사람은 37%나 늘었다.
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해외로 출국하는 한국인들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중국 관광 시장도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하다. 각 여행사들은 중국행 한국인 관광객이 6월 들어 지난해 대비 20~30% 정도 줄고 있다고 집계했다. 여행 과정에서 접촉될 수 있는 메르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 더해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에 대한 우려가 더해진 것이다.
성급한 추측일 수도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중국 관광의 해'가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메르스 사태가 해소돼도 서운한 감정은 남는다. 중국 정부나 중국인들이 일방적인 교류행사 취소나 자극적인 비난 등 지나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해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메르스의 자국 내 유입을 차단한다는 의도는 이해한다고 해도 말이다.
지난 1월 '중국 관광의 해' 개막식에 참석한 왕양 국무원 부총리는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부족한 중국 내 관광 인프라를 개선하고 특히 국가여유국장(관광장관)에게 한국인 관광객 유치 결과에 따라서 책임을 물을 정도로 확실한 대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연말 결산 과정에서 결과가 나쁠 경우 어떻게 할 생각일까. 시 주석의 지시를 소홀히 한 관료들을 탓할까, 아니면 메르스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울까.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