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여행상품 눈속임 판매 기승

운임 총액표시 대상서 빠져 부두세 등 포함안돼
고객이 실제로 낸 돈, 표시가격의 3배까지 차이

부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지연(41)씨는 최근 일본 엔화 값이 떨어지자 연말에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한 소셜커머스에서 부산과 대마도를 오가는 여객선의 왕복 승선권이 1인당 1만3,000원에 나와 있어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길고 복잡한 여행상품 문구를 읽어보니 1만3,000원은 미끼였다. 이씨가 이 배를 타려면 부산항 부두세 1만6,200원과 대마도 이즈하라항 부두세 1,400엔(약 1만3,200원)을 추가로 내야 했다. 이씨가 대마도를 오가기 위해 부담해야 할 가격 총액은 광고에서 제시한 값의 3배가 넘는 4만2,400원이었다. 이씨는 속은 기분이어서 해당 여행사에 전화했더니 여행사 측은 "부두세는 여행사의 수입이 아니어서 제외한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정부에서 야심 차게 추진한 여행상품 총액표시제가 반쪽으로 전락했다. 항공권과 항공권이 결합된 여행상품은 총액표시제가 이행되고 있지만 승선권은 여전히 총액 대신 부두세와 유류할증료를 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최근 일본 엔화의 약세로 부산과 일본을 잇는 승선권 판매가 활발해지면서 소비자 피해와 분쟁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항공권과 항공권이 결합된 여행상품은 유류할증료 등을 포함한 총액으로 표시하는 여행상품 총액표시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를 위반하는 업체들은 사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여행상품 총액표시제는 2012년 항공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뤄졌다. 여행사들이 항공권의 유류할증료를 제외한 가격으로 여행상품을 광고하면서 소비자 분쟁과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실제 여행시 10만~20만원이 넘는 유류할증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해 여행사들과 마찰이 적지 않았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이에 따라 소비자원·공정거래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친 뒤 항공법 시행령을 고쳤다. 변경된 항공법 시행령에는 '소비자가 항공권을 예매하거나 조회할 때 운임·유류할증료 등이 모두 포함된 항공요금의 총액을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규정이 새로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 항공권과 항공권이 결합된 여행상품은 총액표시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지만 승선권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없었다. 결국 선박법 시행령에는 총액표시 관련 조항을 넣지 않았다. 당시 시행령 개정에 참여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불만이 항공권과 항공권이 결합된 여행상품에 집중돼 있었다"며 "승선권에 대해서는 총액 표시 논의가 없어 시행령을 고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승선권과 관련 눈속임 판매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여행사 온라인 사이트를 살펴보면 대다수가 유류할증료와 부두세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으로 승선권을 판매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권의 경우는 정부 규정 변화로 유류할증료를 포함해야 하지만 승선권은 계속 분리 표시한다"며 "가격을 줄여 표시해야 모객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관계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 엔화 약세로 부산항과 일본 대마도·후쿠오카 등을 잇는 국제 여객선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소비자 분쟁이 커질 것으로 보여 총액표시제 이행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부산항의 국제 여객선 이용객은 73만9,000여명에 달한다.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지난해 이용객(117만여명)보다는 줄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엔화 약세로 국제 여객선 이용객이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제여객선도 항공기처럼 총액 표시를 의무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부처 차원에서 시행령 개정에 대해 논의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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