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총체적 부패 의혹을 제기하며 고강도 수사에 나섰다.
FIFA 차기 회장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27일(현지시간) FIFA 고위직 7명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스위스 검찰에 무더기로 체포됐다.
미 법무부는 취리히에서 FIFA 관계자들이 체포되자 곧바로 14명의 명단을 공표하고 기소 방침을 밝혔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검찰의 수사에 따라 이들에게는 공갈, 온라인 금융사기, 돈세탁 공모, 탈세, 국외계좌 운영 등 47개 혐의가 적용됐다.
기소 대상자는 FIFA 고위직 9명, 미국과 남미 스포츠마케팅 회사 간부 4명, 그리고 뇌물수수 중재자 1명이다.
스위스 당국은 이날 오전 예고 없이 취리히의 5성 호텔인 ‘바우어 오락’을 급습, FIFA의 기소 대상자 가운데 6명을 연행했고, 이후 1명을 별도로 검거했다.
연례회의 차 투숙 중이던 간부들은 저항 없이 연행됐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스위스 정부가 수년 전부터 FIFA 고위직에 대한 부패 혐의를 수사해온 미국 정부의 체포 요청에 협조한 것이다.
미국이 수사를 주도하는 이유는 뇌물수수 모의 장소가 미국이었고, 돈이 오간 곳도 미국 은행을 통해서였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이들의 신병을 조만간 미국에 인도할 방침이나, 7명 가운데 6명이 이에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의 거부로 신병 인도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들 FIFA 간부는 지난 20여년 간에 걸친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로레타 린치 미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국제축구계를 타락시켰다”며 “자신들만의 이익을 꾀하고 자신들만의 지갑을 부풀렸다”고 맹비난했다.
린치 장관은 “1991년부터 두 세대에 걸쳐 이들이 지위를 이용해 스포츠마케팅 회사들에 대해 축구대회 광고권 등을 대가로 뇌물을 요구했다”며 “여러 차례, 매년, 대회 때마다 그렇게 했다”고 성토했다.
특히 2016년 ‘코파 아메리카대회’ 준비 과정에서는 1억1,000만 달러의 뇌물이 오갔다고 말했다.
워너 전 부회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2010년 월드컵축구대회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1,000만 달러의 뇌물을 요구하고, 뇌물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으나 본인은 혐의를 부인했다.
린치 장관은 이날 “부패 관행을 척결하고, 위법 행위자를 법정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제임스 코미 FBI국장도 “이들은 부패와 탐욕의 문화를 조장했고, 이 때문에 세계 최대의 스포츠대회의 운동장이 울퉁불퉁해졌다”면서 “은폐되고 불법적인 돈거래, 리베이트와 뇌물이 FIFA의 사업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블래터 FIFA회장은 이날 체포되지 않았지만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검거되면서 칼날이 그의 턱밑까지 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검찰 관계자는 그의 소환 여부에 대해 “수사가 어디까지 나아가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편, 상황을 지켜보던 블래터 회장은 이날 저녁(현지시간) 뒤늦게 취리히에서 성명을 내고 미국과 스위스 사법당국의 수사를 “환영한다”고 말하고 “축구계에는 부정부패가 존재할 여지가 없으며, 부정·부패 연루자들은 축구계에서 축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