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원자재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 A씨는 연초 해외 원유상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했다. 3개월이 지난 4월말 A씨는 이 ETF를 팔아 주당 1만원의 이익을 냈다. 재미를 본 A씨는 7월말 원유 값이 다시 떨어지자 재차 이 ETF를 매수했다. 그러나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자 겁이 난 A씨는 주당 1만원의 손해를 보고 손절매를 해야 했다. 결국 A씨는 올해 원유 ETF를 통해 수익률 '제로'를 기록한 셈이 됐다. 며칠 뒤 증권 계좌를 확인한 A씨는 깜짝 놀랐다. 원래의 투자금이 그대로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첫 투자에서 낸 수익에서 15.4%의 배당소득세가 빠져나간 것이다. 국내 ETF는 주가 차익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지만 해외 ETF에 대해서는 소득세가 과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원자재를 비롯한 해외 ETF에 투자할 때 지금보다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해외 ETF가 내년 초 출시되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ETF 자산운용사인 B사는 내년 초 국내에서 처음으로 회사형 해외ETF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상품은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는 기존 신탁형 해외 ETF와는 달리 각 거래에 대해 0.3%의 거래세만 내면 된다. 회사형 ETF는 과세를 투자 대상 회사에 매기므로 보유기간 과세가 면제되는 대신 결산ㆍ분배시에만 소득세를 낸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B사 고위 관계자는 "1년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회사형 해외ㆍ상품 ETF 모델을 만들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해외ㆍ상품 ETF 매매를 원하는 투자자의 세금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어 선택권을 넓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형 ETF라고 해서 세금을 전혀 안내는 것은 아니다. 회사형 ETF는 매년 결산을 통해 이익금을 분배하는데 이 때 마찬가지로 배당소득과세 15.4%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해외ㆍ상품 ETF 매수 후 1년 이상 투자하게 되면 기존 신탁형 ETF와 회사형 ETF 모두 세율이 같다. B사 관계자는 "1년 미만 투자 시 회사형 ETF의 장점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며 "거래할 때마다 0.3%의 거래세가 붙는 만큼 너무 자주 팔게 되면 오히려 기존 신탁형 ETF가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성향에 맞는 ETF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회사형 ETF가 결산 시점에 한 번에 과세를 하는 만큼 결산기를 앞두고 거래가 잘 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B사 관계자는 "유동성공급자(LP)가 개입하기 때문에 거래는 항상 잘 이뤄질 것"이라며 "해당 ETF가 가격 강세를 이어가면 신규 수요가 발생하고 자금이 계속 유입되므로 거래량이 문제시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절세 매력이 있는 회사형 ETF가 상장될 경우 자산운용업계 전반적으로 회사형 해외ㆍ상품 ETF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