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아트 콜라보레이션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향수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명품에 대해서 잘 모르고 특히 향수라 낯설었는데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작품이 패키지에 인쇄돼 있어 내 눈길을 끌었다. 집에 와서 와이프에게 물어보니 유명한 브랜드라고 했다.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400년 전통의 향수와 화장품 브랜드였다. 400주년을 기념해 서울의 이미지를 담은 향수 '알바 디 서울(Alba di seoulㆍ서울의 새벽)'을 선보이게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정신과 역사를 대표하는 소나무가 향수의 재료로 사용됐으며 서울과 소나무를 표현해낼 수 있는 작가로 한국의 대표 사진 작가인 배병우와 협업을 했던 것이었다.

와인 애호가라면 너무나 잘 아는 와인인 '샤토 무통 로쉴드'는 유명 화가의 라벨 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리 로랑생, 조르주 브라크, 살바도르 달리, 헨리 무어, 세자르,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키스 해링, 프란시스 베이컨, 제프 쿤스 등이 라벨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2008년산 라벨 디자인에는 중국작가 슈레이가 참여하기도 했는데 최근 중국의 와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뉴욕의 명품 브랜드들의 경연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뉴욕 5번가에는 루이비통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다. 불투명 유리로 치장된 건물 외관도 범상치 않지만 땡땡이 작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우리나라 백화점에 입점한 루이비통 매장에서도 쿠사마 야요이와 콜라보레이션한 마크 제이콥스의 디자인 상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쿠사마는 루이비통의 도움으로 런던의 테이트, 파리의 퐁피두,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며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위치를 더욱 굳혔다.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작가를 통해 더욱 높이고 작가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획득하고 후원자를 얻는 일종의 윈윈 구조다. 그동안 우리 미술계에서도 아트 상품이란 품목을 개발해 대중화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가의 아트 상품은 명품에 치이고 저가의 상품은 다른 상품들과 비교되면서 고전해왔다. 이제 우리나라도 산업자본과 손을 잡고 브랜드와 작가의 인지도가 서로 상승할 수 있도록 협업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