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을 구가함으로써 고유가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아시아지역 주요 국가들이 에너지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은 고속성장으로 ‘블랙홀’처럼 원유를 비롯해 지구촌 원자재를 마구 삼켰다. 아시아 각국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에너지 조달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이들 국가는 자원보유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에너지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런데 고속서장으로 에너지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가격상승→에너지 확보비상→수급 차질→가격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해 고유가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국가들은 안정적인 에너지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최근 가봉에 700만달러의 금융을 지원하는 대가로 중국 제2의 석유회사인 시노펙이 가봉에 진출한 프랑스 토탈가봉으로부터 원유를 공급받기로 약속받았다. 중국은 이집트나 알제리와도 비슷한 계약을 맺었다. 또 호주광산업체인 BHP빌리턴으로부터 앞으로 25년간 매년 1,200만톤의 철광석을 공급받기로 했다. 중국은 해외공급망을 확대하는 동시에 자국에너지 기반시설의 확충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올해 영국의 발전량과 맞먹는 42기가와트의 발전소를 세우고 2005년에도 같은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13년 장기불황에서 벗어나며 성장에 피치를 올리고 있는 일본도 안정적인 원유확보를 위해 이란과 유전개발계약을 추진중이다. 일본은 이라크전에서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대가로 이란과의 경제교류에 대한 미국의 승인을 얻어낼 것으로 보인다. 또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을 잇는 석유 파이프라인의 통과지역을 놓고 중국과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에너지확보전으로 유가는 상당기간 고공행진을 계속할 전망이다. 지난 87년 뉴욕증시의 ‘블랙 먼데이’, 90년 일본의 거품붕괴,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견해 ‘닥터 둠(doom)’으로 통하는 투자분석가 마르크 파버는 아시아 경제가 장기불황이나 침체에 접어들지 않는 한 고유가는 지속될 것으로 예견했다. 그는 “석유는 장기적으로 상승할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현재 아시아 수요(하루 2,000만배럴)가 미국 수요(하루 2,200만배럴)와 맞먹을 정도로 늘어난 데 이어 6~12년 뒤에는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고유가의 장기화를 점쳤다. 바클레이즈 캐피탈도 아시아의 수요 급증으로 국제유가가 올 여름 중 배럴당 5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카고 앨아론 트레이딩의 필 플린 에너지 분석가는 “당분간 유가는 40달러대가 기준선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유가가 45달러를 넘어서야 수요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